[지방자치 20년, 문화비전]경기문화재단

1천년 역사 품은 ‘경기도’… 대한민국 문화허브로 활짝

1995년 시작된 지방자치가 어느덧 성년이 됐다. 지방자치제 하의 지방 문화예술은 강산이 두 번 변화는 동안 많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되면서 지방문화도 작은 꽃씨를 심었다.

그 다음 ‘열심히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선뜻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문화예술은 곧 인간의 행복이자, 불황을 모르는 불멸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그동안 지방정부 정책의 후미에 놓여있었다. 그간 녹록지 않았던 지방자치와 문화의 동거는 16개 광역시도 최초의 경기문화재단의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경기문화재단의 발자취는 지방자치제도와 같이한다. 현재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엄기영)은 지역문화예술진흥의 본산으로 경기도의 대표문화기관이자 도민의 자랑이 됐다. 특히 문화창조자(예술인)와 문화소비자(주민)를 연계하는 중개자 입장에서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지역문화정책을 견인하는데도 한몫했다. 경기문화재단의 17년 이야기를 통해 지방자치제도와 문화예술의 생기발랄한 동거이야기를 정리해봤다.

 

■ 대한민국 최초가 되다… 1997년 7월 설립

민선 1기 경기도지사의 선출과 함께 시작된 지방자치제도 하에서 경기도의 문화정책은 경기문화재단의 설립으로 압축됐다. 그동안 문화예술계의 지원과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데 제약이 많았던 경기도와 지역의 문화예술계에서는 재단의 설립을 지역문화 발전에 있어서 고무적인 일로 인식하고 재단 설립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지지했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의 문화정체성 탐구를 기반으로 문화예술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확산하고 경기도의 문화비전을 만들기 위해 1997년 7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문화재단이다. ‘최초’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거머쥔 재단의 시작은 단순했다.

예술, 역사, 미술, 국제교류 분야 전문위원과 행정직 포함 14명을 중심으로 조직이 꾸려졌다. <화성성역의궤> 국역본, 계간지 <경기문화예술> 발간 등 경기도 정체성 발굴 계승 사업은 물론 청소년 문예 활동반 운영지원, 움직이는 예술무대 운영 등 문화향유 확대사업을 시행했다. 특히 <경기도의 굿> , <경기문학지도> , <경기도 5일장> , <경기만의 갯벌> 등 유무형의 산실을 기록하는 사업을 내실있게 추진했다.

무엇보다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을 펼쳤다. 주목할만한 것은 문예진흥 공모지원사업에 시민모니터링 평가제도를 조입해 도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투명화한 점이다. 당시에는 중앙이나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획기적인 일이었다.

■ 문화 폭을 키우다… 실학박물관ㆍ전곡선사박물관ㆍ어린이박물관 개관

경기문화재단은 대한민국 최초의 광역시도 문화재단 위상에 걸맞게 그 폭을 키워간다. 2001년 6월 수원 인계동에 신사옥을 마련해 외형적을 틀을 만들고 2002년 9월 사무총장 체제에서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다. 2001년 11월에는 1천억 기금 조성이라는 과제도 이뤄낸다.

경기문화재단의 역사를 볼 때 2008년은 아주 특별하다. 3월 6일 경기도박물관과 미술관이 경기문화재단으로 이관돼 통합ㆍ운영되기 시작했다. 또 2008년 10월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했고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을 발족했다. 기전문화재연구원을 경기문화재연구원으로, 조선관요박물관을 경기도자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10월 30일에는 문화교양지 <경기문화나루> 를 창간했다.

이듬해인 2009년 10월 실학박물관과 경기창작센터 개관, 2011년 4월 전곡선사박물관 개관, 9월 경기도어린이박물관까지 대규모 공사와 시설 개관으로 이어졌다. 이는 오래전부터 기획돼 왔던 경기도 사업들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경영 전략과 기준들을 마련한 시기였다. 경기문화재단 설립 당시에는 특별히 지방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고려했다기보다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로서 문화재단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관을 국내 최초로 설립하는 일에 더 비중을 두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후 성장과정에서 경기문화재단은 어느 기관 보다 먼저 그리고 진지하게 지방문화예술 발전을 고민했다. 문화재단으로서 폭을 키움에 있어 국내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재단을 설립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 전국 문화재단의 맏형이 되다… 기부 캠페인으로 재원 조성 노력

설립 17년차를 맞아 경기문화재단은 전국의 문화재단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로 문화예술 기부 후원회 ‘문화이음 소사이어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부문화의 사회적 확산은 물론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안정적 재원 조성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된 경기문화재단의 ‘문화이음’ 캠페인은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시대와 시대를 잇고 문화 참여의 통로를 만들어 가기 위한 문화예술 기부 프로젝트이다. 이번 문화이음의 비전은 ‘함께 나누는 감성에너지’라는 슬로건으로 온 국민이 문화로 이어지는 행복한 세상을 구현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경기도의 재정적인 위기에 움츠리지 않고 오히려 조직의 전문성이나 효율성, 독창성 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인 경기문화재단의 융통성이 발휘된 아이템이다.

문화재단은 전문 모금 역량을 갖춘 기관으로 조직을 구축, 문화예술 기부문화 확산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문화재단의 연간 예산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경기도 출연금(223억원ㆍ55.5%)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중 기부금은 지난해 기준 1억원(0.3%)에 불과하다. 이에 문화재단은 앞으로 예산의 5%까지 그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보물창고이자 문화허브다. 경기도의 소중한 역사, 전통문화에 대한 조사연구와 100대 문화콘텐츠 생산을 통해 경기도가 미래지향적 융·복합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 특히 오는 2018년 경기 천년을 맞이하여 경기문화의 독창성을 국내외적으로 드높이는 데 경기문화재단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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