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대세다]하나로마트 ‘숍인숍’ 직매장… 안전하고 착한 먹을거리 ‘도농상생’

농장 → 소비자 복잡한 유통과정 없애

“당신의 식탁은 안전하십니까?” 언제부터인가 우리 먹거리의 화두는 ‘맛’이나 ‘영양’이 아니라 ‘안전’이 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부정불량 농식품 보도에 맘 편히 음식을 입에 넣기가 어렵다. 거기다 가격은 어떤가. 널뛰기를 반복하며 장 보기를 두렵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로컬푸드다. 농산물이 농장에서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4~5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계마다 붙는 유통비용은 총 가격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로컬푸드는 이 단계를 없애면서 생산자는 20% 더 받고 소비자는 20% 더 싸게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우리 지역에서 수확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하루 안에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로컬푸드의 강점이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가 융합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았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입점해 있는 안성 대덕농협 하나로마트. 지난해 7월24일 문을 연 이 곳은 단독매장이 아니라 기존 매장 안에 자리한 ‘숍인숍’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식품 따로 공산품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돼 소비자에게는 최적화된 셈이다.

이 곳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주거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고객이 늘기 시작해 최근에는 분당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이 생겼다.

로컬푸드 일 매출은 1천200만원으로 하나로마트 전체 일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김태수 점장은 “로컬푸드를 취급하면서 일매출이 400만~500만원이 늘었다”며 “바로 건너편 이마트가 있지만 가격과 품질 면에서 농산물 만큼은 결코 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무빙워크를 타고 지하1층으로 내려가자 ‘기분좋은 착한 먹거리 안성 로컬푸드’라는 큼지막한 글씨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수십개의 얼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이 곳 로컬푸드를 책임지고 있는 생산자들의 얼굴이다. 현재 안성지역 계약농가 120곳 중 70여농가가 80여 품목을 출하하고 있다. 토마토, 양상추, 애호박 등 신선채소부터 잡곡, 계란, 쇠고기, 두부, 김치, 된장 등 가공식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매장의 가장 중심부에 자리한 채소는 종류별로 칸칸마다 분류돼 있었고 깔끔하게 포장된 채소에는 오렌지색의 로컬푸드 라벨이 붙어있다. 라벨에는 출하일자와 농장 주소, 생산자 이름, 휴대전화번호까지 적혀있다. 무엇보다 진열대에는 생산자의 얼굴사진이 꽂혀있어 생산자에게는 책임감을, 소비자에게는 믿음을 주고 있었다.

가격을 살펴보니 상추는 150g에 700원, 대파는 800g에 1천400원으로 이날 전국 평균 소매가격 1천23원, 1천940원보다 30% 가량 저렴했다.

소비자들의 만족감도 클 수밖에 없다. 장을 보던 주부 김혜원씨(33)는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가까워 이틀에 한번씩 온다”며 “다른 곳에서 산 채소와 비교해보면 신선도에서 확실히 차이가 나는데다 가격도 싸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매일 아침 수확한 농산물을 가져오고 가격을 매기고 포장하고 진열하는 일들을 모두 생산자가 직접 한다. 하나로마트는 매장공간을 제공해 판매를 하고 전반적인 농가 관리와 교육을 맡는다.

대부분 농장이 차로 10분 거리 내에 있고 가장 먼 농장도 20~30분밖에 되지 않는다. 아침에 진열을 마치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간 생산자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CCTV에 찍힌 매장 내부를 틈틈이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농산물 진열대가 비어가고 있다면 추가 수확해 채워넣으면 된다.

이렇다 보니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력. 이날 오후 자신이 기른 대파를 진열하고 있던 한종섭씨(60)가 주부 고객들을 보자 한 마디 던진다. “어떤 파가 좋은 건지 아세요? 푸른 부분보다 흰 부분이 긴 게 좋은 파예요.” 고개를 끄덕이던 주부들이 “이거 근데 진짜 농약 안 친 거 맞아요?”라고 묻자 그는 “그럼요, 농약 한번 뿌린 적 없습니다. 난 종갓집 종손이라 책임 못 질 말은 안 해요”라고 맞받아친다.

생산자들에게도 로컬푸드 직매장은 제 값을 받을 수 있고 바로 수급 조절을 할 수 있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곳 직매장에 납품을 기다리는 대기 농가도 수십여곳에 달한다. 상추를 공급하고 있는 오세홍씨(60)는 “우연한 기회에 시에서 하는 로컬푸드 사업설명회를 듣고 이게 바로 농민의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소포장비와 인건비를 감안해도 경매시장에 내놓는 것보다 20~30% 이익”이라고 말했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물며 농업인에게는 합리적인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식탁을 제공하는 로컬푸드는 분명 ‘착한 먹거리’임에 틀림없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경기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지역 먹을거리 지역 소비 ‘이동 최소화’

로컬푸드(local food)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장거리 이동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새로운 먹거리 유통문화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먹거리 이동 거리를 최소화해 환경과 건강을 지키고, 지역농업 발전 등 지역사회의 도농상생을 촉진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로컬푸드의 유형은 크게 △ 농민이 정해진 날짜에 인근 도시 내 특정 장소로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농민장터’ △ 소비자가 지역 생산자와 계약을 통해 계약기간 동안 제철 농산물을 배달받는 ‘제철꾸러미사업’ △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학교급식’ △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지고 나와 진열하면 운영주체가 판매 후 정산해 주는 상설매장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농산물 직거래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과 꾸러미사업 등 직거래 확대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로컬푸드 확대를 위한 지자체와 농협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농협이나 농업법인, 영농조합 등이 운영하는 경기도내 로컬푸드 직매장은 11곳으로 지난해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경기도 로컬푸드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도지사가 5년마다 로컬푸드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정책을 심의하는 로컬푸드정책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또 로컬푸드지원센터를 설치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지원과 홍보, 교육을 담당하도록 했다.

로컬푸드 기획생산단지 조성과 직거래장터 개설을 지원하도록 하고, 학교급식에 로컬푸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농협중앙회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2016년말까지 전국 1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로컬푸드 BI와 매뉴얼을 개발해 전국의 직매장 운영농협에 보급하고 농업인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지역농협의 직매장 개장 및 운영을 지속적으로 지도·지원해 나가며 무이자 유통지원자금 200억원도 지원할 예정이다. 조재록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은 “로컬푸드는 국민의 먹거리 안정성을 지켜주고 우리 농촌의 소농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농산물 판매사업”이라며 “로컬푸드 직매장에 대한 지원과 로컬푸드 운동의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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