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정동진 해돋이

광화문의 정 동쪽에 있는 바닷가. 옛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방향을 관통했을까.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 정동진에 온 건 서울에서 수 시간을 지나 한해가 바뀐 새해 벽두다. 동쪽은 해가 뜬다는 상징적 방향성 때문에 설레는 첫 마음을 모두가 옮겨 오나 보다. 붉은 해가 떠올라 가슴을 환히 밝혀줄 때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리. 함께 한해를 가자는 결속을 위해, 감춰진 것들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구현하기 위해, 사람들은 밤새 이곳으로 와 새벽 바다를 거닌다. 가족, 연인, 친구처럼, 사랑의 울타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그런 사랑의 영원성이야말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가장 큰 희망과 용기가 되리라. 해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아주 협소하게 떠올랐다. 한해 한번뿐인 이날 이 순간은 여전히 흥분된다. 내 앞에 전개될 올해의 일들이 새삼 궁금하다. 첫줄이 아름다운 시를 어서 쓰고 싶다. 첫 마음을 잊지 말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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