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은 1993년 프로 권투선수로 데뷔해 1999년에 WBC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7년 9월엔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에 등극했다. 같은해 12월 25일 1차 방어전에 성공했지만, 경기 직후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져 2008년 1월3일 사망했다. 그의 나이 35세였다.
링 위에서 맞선 상대 선수와의 싸움보다도 힘들고 고독했던 자신과의 싸움에 끝까지 굴하지 않고 파이팅을 외치던 그의 인생은 마지막 순간에도 아름다웠다. 최요삼은 사망 후 폐, 간, 신장, 심장, 각막, 췌장을 기증해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장기 기증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같은 일이다. 얼마 전 뇌사 상태의 4살 여자아이가 장기 이식을 통해 중증환자 4명에게 새생명을 주고 천국으로 떠난 소식이 전해졌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자신의 생명을 나눠준 후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사후에 장기 기증을 약속한 한국 사람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장기 기증 희망자 수가 105만3천196명을 기록했다. 장기 기증 희망자 수는 2004년 10만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후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해에만 18만5천여명이 장기 기증을 약속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참 적은 수치다. 한국의 장기 기증 희망자 수는 인구의 2%에 불과하다. 뇌사 기증자 수도 인구 100만명당 8.4명으로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생전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뇌사 때나 사후에 경황이 없거나 유족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기증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기 기증이 숭고하고 보람있는 나눔이라는 인식이 더 확산돼야 할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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