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직무 열정… “결국 또다른 스펙” 한숨

모호한 대기업 新채용기준 취준생의 눈물
삼성 등 인재 선발방식 개편 막막한 기준 구직자들 시름 “연수ㆍ봉사 등 경쟁력쌓기 연장”

최근 획일화된 스펙 대신 직무능력과 잠재력 등을 평가하는 인재선발 제도가 등장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다.

잠재력 등을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스펙쌓기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다 기준자체가 모호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5일 20년 만에 서류전형을 도입하고 대학 총장에게 인재 선발권을 부여하는 등 올해부터 채용제도를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삼성 고시’라 불리는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둘러싼 과열 경쟁에 칼을 빼든 것이다. 하지만, 채용방식 변화에 당황한 구직자들은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등에서 바뀐 제도에 대응하고 정보 수집을 위해 열을 올리는 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이모씨(25ㆍ전자공학과 3년)는 “총장 추천제도는 기껏해야 한 과에서 한 명 정도 해당되는 것 아니겠냐”며 “객관적일지도 의문이고 모두에게 주어지는 동등한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다. 결국 스펙 경쟁 아니겠냐”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탈스펙 채용변화도 구직자들에게는 여전히 스펙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잠재력과 도전정신, 열정 등을 보여주기 위한 ‘맞춤형 스펙’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서류전형 대신 SNS를 활용한 전형이 확산되자 영상 제작, 프레젠테이션, UCC제작 등을 도와주는 취업전문학원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도내 대학교 3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여ㆍ22)는 “이번 방학 때 대외활동에 넣을 수 있는 활동이나 공모전, 봉사활동은 있는 대로 다 해두고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스피킹 학원이나 뮤지컬 학원 등록도 알아보고 있다”며 “사회성과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새 학기에 학과 임원을 맡으려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오모씨(28)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 방학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대로 된 대외활동이나 해외 연수, 봉사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결국 나 같은 사람은 이 같은 방식에 내세울 게 없다”면서 “뻔한 스펙이 아닌 잠재력을 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아무래도 대외활동이나 해외봉사 등 형편이 되는 학생들에게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푸념했다.

한편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7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4%가 ‘기업의 스펙초월 채용 확산 추세가 구직활동과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어차피 기본 스펙을 갖춰야 할 것 같아서(53%, 복수응답), 어떤 것 위주로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서(38.8%), 외향적인 일부에게만 유리할 것 같아서(36%), 공정한 경쟁이 어려울 것 같아서 (22.2%)등 이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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