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았는데도
안 본 것같이
오늘 못 보았는데도
본 것같이
그대는 언제나
내 눈꺼풀 위에 서 있어
희한한 무중력의 허공을
걷고 있네
밤을 통하지 않고서는
낮을 볼 수 없는
이 찢겨진 비형(鼻荊)*의 슬픔을
부활절의 태양보다 더 따스한
빛의 옷으로 감싸주는
그대
오늘 보았는데도
안 본 것같이
오늘 못 보았는데도
본 것같이
한 발짝 한 발짝
생의 비밀을 만들어가는
눈시린 만남의 기적
새겨지네
*비형(鼻荊):『삼국유사』의 「도화녀(桃花女)와 비형랑(鼻荊郞)」 편에 나오는 진평대왕 시절의 인물로, 왕이 용사 50명을 시켜서 지키도록 했으나 밤마다 성 밖으로 멀리 도망가서 놀다가 새벽 종소리를 듣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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