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바람개비 별ㆍ2

오늘 보았는데도

안 본 것같이

오늘 못 보았는데도

본 것같이

그대는 언제나

내 눈꺼풀 위에 서 있어

희한한 무중력의 허공을

걷고 있네

밤을 통하지 않고서는

낮을 볼 수 없는

이 찢겨진 비형(鼻荊)*의 슬픔을

부활절의 태양보다 더 따스한

빛의 옷으로 감싸주는

그대

오늘 보았는데도

안 본 것같이

오늘 못 보았는데도

본 것같이

한 발짝 한 발짝

생의 비밀을 만들어가는

눈시린 만남의 기적

새겨지네

 

 

*비형(鼻荊):『삼국유사』의 「도화녀(桃花女)와 비형랑(鼻荊郞)」 편에 나오는 진평대왕 시절의 인물로, 왕이 용사 50명을 시켜서 지키도록 했으나 밤마다 성 밖으로 멀리 도망가서 놀다가 새벽 종소리를 듣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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