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하면 정약용과 거중기가 떠오른다. 다음으로 일반 시민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수원화성 축성 책임자로 활약한 번암 채제공(1720~1799)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11월28일부터 얼마 전인 2월초까지 수원화성박물관에서 번암 채제공을 재조명한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채제공의 생애와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유물 등 100여점이 선보이며 다양한 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채제공이 단지 수원화성의 책임자였기에 그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영조의 충신이요, 정조의 최고 책사로 개혁의 선도자 역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초대 수원유수이기도 한 그는 인품과 청렴의 상징인 조선시대 청백리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청백리는 관직 수행능력에다 청렴, 근검, 도덕, 인의 등 갖춰어야 할 덕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조선 500년동안 22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채제공은 최고의 관직인 영의정에 오르기도 했지만, 관직수행능력과 청렴 등 청백리의 삶을 살았기에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영조, 사도세자, 정조를 거치면서 삼척으로 유배를 떠나는 등 숱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수년동안 관직에서 떠나기도 했다.
잘못된 폐단을 바로잡고, 백성을 위해 나선 채제공을 연구하는 모임이 늘어나고,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006년 채제공 후손이 박물관에 기증을 하면서 열린 첫번째 기획전이 끝나 아쉽기도 하지만, 채제공을 만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채제공과의 대화 공간이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민선 6기를 이끌어갈 단체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청렴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뽑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겠지만, 민선 6기에 선출되는 단체장과 의원들이 비리 등으로 중도 낙마하는 일이 더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0년전으로 돌아가 번암 채제공에게 묻고 싶다. 6ㆍ4 지방선거에 당선될 광역ㆍ기초단체장, 도의원시의원들에게 청백리가 되는 비법 한수를 지도해 달라고.
정근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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