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개인정보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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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번호 1개당 10원, 성명ㆍ주민번호ㆍ연락처ㆍ주소까지 있으면 1건당 10~20원. 최근 의정부경찰서에서 10원이나 20원을 주고 인터넷 브로커를 통해 개인정보를 사들여 불법대출업을 해 7천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대부업체 운영자가 구속됐다. 이들이 사들인 10원짜리 개인정보는 무려 115만4천개, 20원짜리 개인정보는 2만8천여건이었다. 우리가 너무도 소홀히 하고 있는 개인정보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돈벌이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날, 국내 굴지의 통신사 KT의 고객 1천200만명도 해커에 의해 개인정보가 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입자가 1천600만명이라 하니 그야말로 거의 다 털린 것이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 등 은행권 고객 1억명 정도의 고객정보도 관리부실로 털려 변호인단이 구성되는 등 손해배상을 위한 법정 소송이 진행중이다.

그야말로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개인정보가 진정 개인만의 정보인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1917년 10월15일 아침, 파리 교외에서 마타하리는 총살됐다. 그녀는 총살 직전 씌우려던 눈가리개마저도 거부하고 12명의 사수 앞에서 알몸으로 총을 맞았다. 당시 마타 하리를 재판한 프랑스 판사는 그녀가 독일에 판 정보가 프랑스 군사 5만 명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정도라고 판결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마타하리의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Margar etha Geertruida Zelle). 네덜란드 출신의 무희로 1차 대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정보를 판 이중간첩 혐의였다. 당시 마타하리는 군사정보 뿐만아니라 군 고위직들의 개인정보까지 입수, 이를 적절히 이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아직도 그녀가 진정 이중첩자였는지는 논란이다.

▲과거 정보는 국가나 조직의 안위와 흥망을 좌우하는 전쟁터에서 가져야 할 유리한 요소로 여겨져 정보원 혹은 첩보원들은 개인정보까지 파헤쳤고 국민들에게는 왠지 모를 흠모까지 받았다. 정보는 잘 관리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잘 활용되어야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강국 한국의 개인정보는 경쟁력보다는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 것 같아 그저 씁쓸하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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