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결핵과의 전쟁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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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3월 24일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가 베를린의 생리학회에서 결핵균의 분리ㆍ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콜레라균과 탄저병균 등도 발견해 각종 전염병에는 각기 특정한 병원균이 있다고 주장했다. 코흐는 1905년 결핵에 관한 연구로 노벨생리ㆍ의학상을 수상했다.

결핵은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고질적인 질환이다. 국가 관리 법정 감염병 제3군의 만성 감염성질환으로,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우리 몸에 잠복해있다가 인체의 모든 조직ㆍ장기에서 발병하는데 이중 폐결핵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전쟁후 가난으로 결핵환자가 대량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사회ㆍ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있었다. 정부가 결핵퇴치사업을 펼치고, 경제성장과 국민 식생활 개선 등으로 보건의식이 향상돼 사정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인구 10만명당 100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해 1년에 2천466명, 하루에 6.8명꼴이 숨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7명)의 7.8배나 웃돌고, 일본과 비교해도 5배나 높은 수치다. 이중 20~30대 젊은층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놀랍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세계 인구 중 3분의1이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에만 880만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매년 110만여명이 결핵으로 숨진다는게 WHO의 보고다. 결핵에 의한 사망은 98%가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서 발생한다. 이렇게 볼때 우리나라도 결핵에 관한 한 후진국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결핵 유병률ㆍ발생률 및 사망자 수치 1위다.

결핵을 예방하려면 기침ㆍ재채기를 할때 입을 가리고, 2주 이상 기침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결핵환자가 기침을 할때 나온 균이 호흡을 통해 폐속으로 들어가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핵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됐어도 약 복용을 중단해선 안된다. 재발시 기존 약에 내성이 생겨 난치성 결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24일 결핵예방의 날을 맞아, 2020년까지 결핵발생률을 현재의 절반수준(10만명당 100명→50명)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저개발 국가와 빈곤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결핵환자가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결핵은 반드시 퇴치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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