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플라스틱 화폐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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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삶에 돈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좀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며 살고, 돈을 위해 사람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원시시대엔 사냥이나 열매 등으로 자급자족 하며 살았기에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 정착생활을 하면서 남아도는 먹거리와 자원을 다른사람과 물물교환식으로 바꾸게 됐다. 물건을 돈으로 대신 사용하게 되면서 소금이 이용됐고 조개껍질, 동물 이빨, 깃털, 보리 등도 이용했다.

그러나 물물교환은 서로의 물건에 대한 가치 매기기가 힘들뿐더러 무게나 부피 등의 번거러움도 만만찮았다. 수메르 사람들은 은을 녹여 막대로 만들어 화폐 대신 사용했다. 오늘날 터키가 자리한 고대왕국 리디아가 화폐제도를 발명했다. 금과 은을 혼합해 주화를 만들면서 사자 머리 문양도 찍어넣었다.

원나라때 중국에서 최초로 종이 화폐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통용하는 화폐 소재가 돼 전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폐(紙幣)라는 단어는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종이 대신 플라스틱으로 화폐를 찍어내는 나라가 늘고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화폐는 1988년 호주가 최초로 도입한 이래 캐나다ㆍ싱가폴ㆍ멕시코 등 20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영국도 2016년부터 5파운드, 2017년부터는 10파운드 짜리를 플라스틱 화폐로 만들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플라스틱 화폐는 외형상 종이 화폐와 구분되지 않는다. 폴리머라는 재료로 만드는 플라스틱 화폐는 빛에 비춰보면 광택이 나고 만져볼 때 좀 더 빳빳한 정도의 차이만 보인다. 하지만 내구성은 종이 화폐보다 2~3배 뛰어나 수명도 그만큼 더 길다.

위조가 어렵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컬러 복사와 같은 방식으로는 위조화폐를 만들지 못하고, 플라스틱 표면에 홀로그램 등의 위조방지 장치를 덧붙일 수 있어 위조가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5만원권 지폐를 새로 만들 때 플라스틱 화폐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금인출자동화기(ATM)의 화폐 자동 인식 부품 교체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다.

돈은 재료만 놓고보면 별 것 아니다. 그냥 종이쪼가리나 쇠붙이, 플라스틱에 불과하다. 이런 것에 돈의 노예가 되어 영혼까지 파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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