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입니다. 오늘은 소래포구로 가볼까요? 경기도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 111번지 소래(蘇萊). 여기가 소래포구입니다. 서울 경기권의 어디에서도 당일 코스로 찾을 수 있는 포구는 여기뿐이죠. 어시장은 그날에 잡은 싱싱한 바닷고기를 풀어 놓습니다. 어종으로 새우 꽃게 민어 홍어 농어 광어 낙지가 유명하고, 멸치젓, 꼴뚜기젓, 밴댕이젓, 게젓도 좋습니다.
사람들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이곳을 꼽았고, 인천시도 ‘인천10경’ 중 제4경으로 선정했지요. 1930년대 후반에는 염전이 있어서 소금을 실어 나르기 위해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협궤열차를 놓았더랬습니다. 1995년 12월 31일에 폐선 철로가 될 때까지 수인선 협궤열차는 추억의 풍경을 실어 날랐지요.
소래포구가 1960년대에 실향민들이 10여 척의 통통배로 새우 잡이를 하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적습니다. 육지로 깊은 곳이라 썰물 때는 물이 길게 빠져서 갯벌이 평야를 이룹니다. 갯벌에 군데군데 정박한 배들이 기울어서 만들어내는 풍경이 참 일품이지요.
홍선웅의 ‘소래포구’는 어시장 풍경입니다. 포구에 만선이 들면 노천횟집 100여 곳이 들썩이고요. 작품 오른쪽 아래는 그런 어시장의 풍요를 그렸습니다. 파라솔 아래로 스타 수산, 주산수산, 수복 수산 등 수산집이 즐비하고, 아낙들은 물고기를 나르느라 분주하네요. 어시장 안쪽으로는 벌써 손님들이 북적대구요.
푸른 바다와 산이 하나여서 수평선은 끝이 없습니다. 닻을 내린 배가 나란한데,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떠나는 배도 보입니다. 작가는 소래포구 풍경을 목판화로 새겼습니다. 풍경의 세목을 새기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포구의 풍경을 감상하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네요.
그는 목판화로 진경의 미학을 찾고자 했습니다. 소래포구의 저 신산한 삶의 풍경이 그가 찾아 헤맨 진경입니다. 판각의 기법도 전통을 따랐습니다. 타각기법을 쓰고 남원과 원주의 최고급 한지를 썼습니다. 산벚나무 후박나무 돌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를 사용했고, 대장경처럼 마구리도 짰습니다. 판화를 찍은 뒤 본판을 버리던 습관도 고쳤습니다. 판(板)은 대지요, 각(刻)은 씨앗이며, 형(形)은 그곳에서 난 산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겸재 정선이 가본 길을 가 보았어요. 한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답사를 한 것이죠. 그가 본 시선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진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고 싶었어요.”
산수풍경을 그릴 때는 마치 겸재 정선의 산수처럼 한 화면에 여러 시선을 배치하기도 했답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풍경의 골골을 보는 깊은 시선을 배치하여 한 화면이 풍성하도록 한 것이죠.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시어(詩語)처럼 절제되어 있어 시원합니다.
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문화재단 정책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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