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박종환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4강 신화를 일궜던 프로축구 성남FC의 박종환(76) 감독이 지난 22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12월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친정팀 성남에 무려 18년, 2006년 11월 대구FC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7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최근 불거진 선수 폭행 논란에 휘말리며 4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다.

박 감독은 지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사상 첫 4강에 올려놓은 뒤 국가대표 팀과 프로축구 성남 일화, 대구FC 감독을 거치면서 ‘스타 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다. 멕시코 청소년선수권 4강 신화에 이어 성남 일화 감독시절 3년 연속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트레이드 마크인 ‘벌떼축구’를 앞세워 ‘명장’ 반열에 올랐던 그의 이면에는 항상 ‘호랑이 감독’으로 표현된 스파르타식 지도 스타일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프로팀 감독 때는 심판실 난입과 심판 폭행, 국가대표팀 감독시절에는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을 무단 이탈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 같은 강압적인 그의 지도력은 시민구단 성남FC 지휘봉을 잡은지 불과 3개월 여인 지난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직후 손주뻘 되는 선수 2명에게 손찌검을 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끝에 4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불명예를 안았다.

필자가 알고 있는 박 감독의 지인이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그라운드에서는 ‘호랑이 감독’이었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자신의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남달랐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코미디언 故 이주일씨는 생전 “코미디언인 나보다 더 웃기는 친구”라고 박 감독을 표현했다.

그랬던 그가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에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해버린 축구판에 돌아와 11명의 프로팀 감독 중 무려 10명이 제자였던 40~50대 지도자들 앞에서 ‘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유난히도 무겁게 느껴지는 세월 앞에서 새롭게 추구한 ‘파도축구’를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불명예 퇴진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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