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기자페이지

옛 속담에 ‘그 아버지를 알고 싶거든 먼저 그 아들을 보라’고 했다. ‘그 아버지가 그 아들을 길러낸다’는 말도 있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는 모습이나 행동에서 닮은 데가 많아서 아들만 봐도 그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속담도, 아들이 여러 면에서 아버지를 닮았을 경우를 이른다. ▲어린 조카인 단종(端宗)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하위지의 재주를 높이 샀다. 하위지가 단종 복위(復位)를 꾀하다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자 세조는 다른 사육신과 함께 정변을 일으킨 것을 시인하고 사죄하면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하위지는 그의 회유를 뿌리쳤다. 그가 처형되자 어린 두 아들도 사형을 받았다. 죽음 앞에서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세상 사람들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감탄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의 아버지 하워드 호먼 버핏은 주식중개업을 하다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을 지냈다.

하워드는 196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 유산으로 56만 달러를 남겼다. 재산 대부분은 병원과 대학 등에 기부했다. 현재 버핏의 재산 중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은 한 푼도 없다. 버핏은 그의 자녀들에게도 큰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자신은 결국 목숨을 잃은 고(故) 정차웅군도 아버지를 닮았다.

 정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인 장례마저 국민 세금으로 치른다는 이유로 간소화했다. 고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장례용품 담당자에 따르면 정군의 아버지는 정부에서 장례비를 전액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값싼 장례용품만 고집했다.

▲정 군이 마지막 가는 길에 입은 수의는 최하 등급인 41만6천원짜리 였다. 최고등급 수의 가격은 400만원을 웃돈다. 27만원짜리 관(棺) 역시 180㎝를 넘는 체구를 고려한 특수관 중 가장 싼 것이다. 정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식이 치러진 날에도 인근 식당에서 테이블마다 소주 한 병씩을 돌리며 국민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정 군의 행동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박정임 경제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