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는 맛, 색, 향으로 가린다고 한다. 맛있는 차를 만들려면 좋은 차와 찻물, 불조절 3박자가 맞아야 된다고 한다. 명전(茗戰)은 차를 끓여내는데 불조절의 실력을 겨루는 것이다. 차모임을 다회(茶會), 다담(茶談)이라고 한다. 차를 마시면서 소통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맛은 그 차가 내게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누구와 함께 하는지, 마실 때의 분위기와 기분 등에 따라서 달라진다. 옛사람들은 차맷돌을 돌리며 다담하는 것이 예사였고, 특별한 날에는 여럿이 모여 다회를 열어 시를 짓기도 했다. 고려시대에는 개경의 시장통에 있던 다점(茶店)에서 문인과 승려들이 소통을 이어갔다.
우리의 차문화는 신라 선덕여왕 때 중국차가 들어와 시작되었다지만, 고구려 고분에서 떡차(餠茶)가 출토된 바 있다고 전한다. 신라 경덕왕 때 충담사와 월명사는 미륵을 공양하면서 차를 바쳤다. 고려 태조 왕건은 931년에 신라의 도읍인 경주를 다녀온 후 경순왕과 신료들에게 차를 선물했다. 차문화의 사회적 기반을 알려준다.
찬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자마자/창 앞에서 문득 차를 넣어 끓이노라/목을 축이니 오장(五臟)의 열을 다스리고/뼈에 스미니 뭇 병 기운이 사라지네/찬 계곡 물은 달빛 아래 떨어지고/푸른 구름은 바람 밖을 비켜가/이미 진미의 무궁함을 알았으니/다시 내 흐린 눈까지 씻어야겠네
1380년(우왕6) 10월 중순 어느 날, 50대 전반의 목은 이색(李穡,1328~1396)이 차를 끓이면서 지은 시이다. 이날 그가 마신 차는 뼈 속까지 스며든 병을 없앨 만큼 흡족한 것이었다. 그 맛은 더욱 깊어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정세를 다시 정돈할 수 있는 여유까지 가져다 주었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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