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묻힌 선거… 유권자 무관심 속 ‘묻지마 투표’ 우려
출마자들 선거운동 자제로 후보 얼굴도 몰라
공천 늦어져 혼란 가중… ‘최저 투표율’ 가능성
6ㆍ4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등으로 인해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 묻지마식 투표가 우려된다.
7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거구에 누가 출마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후보 검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지방선거 자체가 흥행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선거 활동을 하는 순간 비난의 뭇매를 맞는 분위기 속에서 출마자들이 너도나도 복지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야가 상향식 공천 등 ‘열린 공천’을 외치면서 공천 자체가 늦어지고 있는 점도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1동에 거주하는 여상훈씨(30)는 선거권을 가진 이래 매번 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이번 지방선거에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여씨가 이번 선거에서 뽑아야 하는 인물만 7명인 가운데 살펴봐야 할 출마자는 경기지사 후보군, 시장 후보, 광역의원 후보, 기초의원 (예비)후보,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 등 30여명에 이른다.
여씨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출마자들이 선거운동을 자제하면서 정책은 고사하고 얼굴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하는 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화성시 화산동에 사는 이강현씨(29) 역시 “지인들과 선거에 대한 얘기를 해야 관심이 생길 텐데 아무도 선거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서 “솔직히 매번 선거마다 선거구가 어디인지도 헷갈린다”고 말했다.
특히 유권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기존 정당 선호도에 따라 한 정당 후보를 무조건 찍는 묻지마식 투표가 횡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 자칫 역대 지방선거 중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사전투표제 등이 도입되고 있지만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정치에 집중하지 못하는 만큼 투표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며 “다만 낮은 투표율 속에서도 당선자들의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선거 프레임을 잘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우일기자 swi0906@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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