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클리닉]①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트라우마, 어떻게 할 것인가?

“심각한 심리적 장애, 상담ㆍ놀이치료로 충격에서부터 벗어나야”

세월호 참사로 인해 다양한 신체적 증상과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안산지역의 주민들은 물론이고 사고 현장을 언론을 통해 접촉한 간접 노출 경험자들까지 수면장애, 우울, 불안, 두통, 분노 및 멈출 수 없는 텔레비전 시청 등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트리우마는 심리적 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에서 벗어난 충격적 사건, 재난, 전쟁, 범죄 피해 등을 겪은 뒤에 나타나는 심리적 증상이다. 이는 충격 후 즉시 나타나는 것으로부터 수년 간에 걸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갑작스럽게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정보처리나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 이때 뇌는 개인이 생존할 수 있도록 일상적 정보처리 절차를 생략하고 본능에 의존하도록 만든다. 이는 심리적 상처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적인 신체적 반응이다. 계속해서 정신적으로 같은 상황이 반복되거나 그 생각에 몰입한다면 사람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뇌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신체적 문제와 민감성을 높여서 더 많은 충격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아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이다. 이것은 트라우마가 해소되기 않고 사건이 계속 재생되며 괴롭히는 것으로, 쉽게 말하자면 악몽을 꾸는데 깨어나지 않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사건을 잊어버리고 싶지만 잊혀지지가 않고 계속 현실에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 장면과 유사한 장면을 피하고자 애쓰게 되고 현실에 대해 과도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행동을 보인다.

현재 PTSD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집단은 희생자 가족들과 관련 학생 및 교사들, 안산시민, 구조 및 자원봉사자들, 취재기자들, 그리고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된 국민들이 모두 대상이 된다. 특히, 일반 국민들 가운데는 어린 청소년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사고를 보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겪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이들을 위한 PTSD 대응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심리치료와 약물치료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심리적 치료를 실시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리치료 방법으로는 트라우마를 겪는 개인을 상담하는 개인상담과 유사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집단으로 치료하는 집단상담이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족상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자주 깜짝깜짝 놀라고, 과도하게 민감해 사소한 자극에 우울하고 눈물을 흘리는 가족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결코 환자 자신보다 낮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가족들이 사전에 심리적으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족상담이 필요하다.

나아가 사회에서 PTSD를 겪는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복지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들은 직장 등에서 환자가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인식하고 일상 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접촉해야 한다. 실제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경우, 사건 자체로 인해서라기 보다는 일상적 생활에서의 자극 때문에 극단적 행동을 택한 경우가 있다. 타이타닉호의 생존자들은 배와 관련된 사고가 아니라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 행동을 취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개인상담과 집단상담 외에도 놀이치료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끔찍한 사건 이후에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놀이를 통해 충격적인 사건을 극복해 나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 악당이 나타났는데 서서히 학생들이 단결해 악당을 물리치는 놀이 등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겪은 충격적 사건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을 위해서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조집단(Self-Help Group)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역민들은 함께 자신의 경험을 나누되, 안전한 장소에서 전문가의 지원하에 개인경험을 개방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공동으로 극복해 나가는 체험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기에 심리적 긴급 처방(Psychological First Aid)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디브리핑(Debriefing)하고 서로 지원하는 심리적 분위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어린 아동들에게는 기사 외에도 지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구조대원들, 지금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확 줄이고 가족들이 할 수 있는 도움 행동을 찾아보기, 뉴스는 좋은 이야기도 많이 말하지만 그 특성상 나쁜 이야기도 많이 한다는 점 등을 알려줘야 한다.

차명호 평택대학교 피어선심리상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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