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미국 전역에선 150여개의 ‘프리페어톤’ 행사가 열렸다. 프리페어톤은 ‘Prepare(대비)’와 ‘Marathon(마라톤)’의 합성어로 지역 단위의 재난 대비 캠페인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난 대비 강화를 목적으로 서명한 정책명령 8호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재난관리청(FEMA)이 매년 4월과 9월에 주최하는 프리페어톤은 다양한 재난 대비 프로그램을 마치 축제 하듯 한다. 이날 행사엔 전국적으로 500만여명이 참여했다. 딱딱한 강의가 아닌,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훈련 위주의 교육이어서 시민 참여율이 높다. 행사에선 소화기를 들고 사용법을 배운다든가, 심폐소생술 훈련을 받는다.
재난관리청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9%는 학교에서 재난 대비 훈련을 받았으며, 65%는 주정부가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상용품을 챙기고 대피연습을 하는 안전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안전교육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일반인뿐 아니라 안전담당자 교육마저 부실하다. 감사원이 지난해 10개 지방자치단체 재해담당 공무원의 방재교육 이수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수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47.4%, 가장 낮은 곳이 11.1%에 달했다.
민방위훈련도 유명무실하다. 한남대 행정정책대학원의 한 논문을 보면, 훈련생 설문 결과 ‘실생활에 도움이 안된다’는 답변이 83.9%에 달했다.
지난해 법에 규정된 안전 보건 수업을 실시한 초중고교는 전체의 36.4%에 불과했다.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교사들이 비전문가여서 매뉴얼만 읽어주는 수준에 그치는게 다반사다.
어려서부터 안전을 생활화하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은 엉터리다.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안전은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혀야만 평소 위험이 닥쳤을 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안전교육은 글이나 입으로 하는게 아니라 실제 행동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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