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스에게 추방당한 로마의 정치가이며 철학자인 키케로는 말했다. “벼슬하겠다고 설치는 것은 몹쓸 풍습”이라고. 정치가로서 결국 실패한 이 철학자는 고대 민주정치의 선거 제도를 이렇게 꼬집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자기 선전은 고대나 현대나 필수다. 유권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드디어 6·4 지방선거의 본선이 다가왔다. 자기 선전의 시대다. 자기 PR이라고도 한다. PR은 public relation의 약칭이다. 공중홍보의 뜻이 담겼다.
자기 PR을 혐오시한 예로 왕소군의 고사가 있다. 한(漢)의 효원황제 BC 33년의 일이니 클레오파트라가 죽기 3년 전이다.
뒤늦게 왕소군이 뛰어난 미인임을 안 황제는 화공을 처벌하는 등 후회했으나 돌이킬 순 없었다. 일이 이처럼 꼬인 덴 중간의 농간도 농간이지만 자만심에 빠져 자기소개를 소홀히 한 잘못도 없지 않다. 후에 이태백은 이렇게 읊었다. ‘소군, 백옥안장을 털었다/말위에 오른 홍안은 울고 있다/오늘은 한궁 사람이지만/내일은 호지의 첩이 될 몸’ 왕소군은 결국 호지에서 자결한 것으로 고사는 전한다.
각급 후보자들은 유권자에게 자기 소개를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한다. 그 옛날 키케로나 왕소군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 개인의 생각이나 어떤 단체의 주의(主義) 주장(主張)인 자기 PR은 공중성을 담보로 한다. 자신의 인격을 거는 것이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나 허무맹랑한 소리로 민심을 현혹하는 허풍이 있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각급 후보자들의 말이 허풍인지 여부를 잘 가려 걸러 내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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