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분향소에도 엄마들은 줄을 잇고 있다. 다녀간 조문객이 50만명을 넘는다. 휴일 평일 구분 없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행렬이다. 슬픔에 찬 조문객을 굳이 나이 따지고 성별 따질 필요는 없다. 그저 ‘남녀노소 모두’라는 표현만으로 족하다. 하지만 그래도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은 있다. 30, 40대 여성들이다. 눈물을 훔치는 사진마다 예외 없이 그들이 등장한다. 필시 ‘불쌍한 내 새끼들’이라며 찾아온 누군가의 ‘엄마’들일 게다.
지금 엄마들이 그렇다. ‘주기도문’을 외우는 애들 동영상에 눈물을 쏟아낸다. ‘엄마 아빠…배가 또 기울고 있어’라는 메시지에 가슴을 쥐어짠다. 둘이 꼭 끌어 앉고 돌아왔다는 주검 소식에 입술을 깨문다. ‘모두를 살릴 수 있었다’는 검찰 발표에는 분노의 치를 떤다. 안 보면 될 뉴스다. 그런데도 뭔가에 중독된 듯 TV 앞을 떠나지 못하며 울고 화낸다.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 엄마들이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엄마들의 마음-엄마 표-이 지금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주(11~12일) 경기도 여론조사를 했다.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 40.2%,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 39.4%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남 후보 49.7%, 김 후보 34.9%였다. 14.8%p였던 차이가 0.8%p 차이로 좁혀졌다.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유독 완전히 뒤집힌 계층이 있다. 30대 여성이다. 남 후보 대 김 후보의 비율이 한 달 전 41.2% 대 36.3%에서 36.3% 대 57.9%로 바뀌었다.
비슷한 시기(10일)의 인천 여론조사도 있다.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 34.4%,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 46.5%다. 한 달 전(4월 12일) 조사에서는 유 후보 42.0%, 송 후보 43.8%였다. 여기서도 급변한 건 여성 지지도다. 46.1% 대 37.0%가 한 달 만에 33.7% 대 44.4%로 뒤바뀌었다. 같은 기간 남성 지지도가 35.0% 대 48.6%에서 38.0% 대 50.5%로 별 변화가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이게 경기ㆍ인천 ‘엄마 표’의 현주소다.
-여성들이 인정할 리 없지만-과거 우리는 이렇게 얘기했다. ‘여성 표는 종속적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여성들은 남편의 사회적 입지를 위해 투표했다. 엄마들은 자식의 정치적 앞날을 위해 투표했다. 선거 때마다 ‘40대’가 캐스팅 보트라 불렸지만, 그때의 ‘40대’도 따지고 보면 ‘40대ㆍ직장인ㆍ남성’을 의미했다. 그러던 여성 표가 독해졌다. ‘엄마 표’로 응집해 선거판을 뒤흔들고 판세를 뒤집어 놓고 있다.
야권은 ‘앵그리 맘’(Angry mom)이라 명명했다. 화난 엄마들에 올라탄 전략이다. 분노의 대상이 정부와 여당을 향할 거란 계산이 선 듯하다. 이겨야 하는 것이 선거다. ‘앵그리 맘’ 전략을 두고 뭐라 할 일은 아니다. 다만, 명심할 게 있다. 세월호로 요동치는 ‘엄마 표’에는 정치가 없다는 점이다. ‘생떼 같은 아이들’을 잃은 모정(母情)의 표식일 뿐이라는 점이다. ‘엄마 표’의 최종 탄착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6ㆍ4 지방 선거는 세월호 선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엄마 표’가 있다. ‘엄마 표’의 분노가 지금처럼 이어지면 새누리당은 진다. 패배의 최종 성적표는 현재의 여론 수치보다 참담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기고 싶다면 ‘엄마 표’ 앞에 무릎 꿇기를 권한다. 함께 펑펑 울어 줄 진정성과 가슴에 와 닿을 대책을 내놓길 권한다. 이것은 비단 수세에 몰린 여(與)뿐 아니라 공세에 나선 야(野)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할 세월호 선거의 슬픈 공식이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엄마 표’(Mom’s votes)]
김종구 논설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