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손을 씻으며

눈뜨면 먼저 손부터 씻는다

비누 거품을 내어 정갈하게

어제까지의 나의 작은 잘못

그림자까지 지워지길 바라며

젊어서는 아픈 배 약손이 되고

잘했다 용하다 손뼉 쳐주고

때로 두 손 모아 경건히 기도하며

젖은 일, 마른 일 가리지 않았다

나는 시를 쓸 때도

부엌에서 밥을 할 때도 손부터 씻는다

수돗물이 흐르는 수조 앞에서

오늘도 내가 살아 일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감사하면서

주름지고 마디 굵은 손을

하루에도 열두 번씩 정성 들여 씻는다

산다는 것은 손 씻는 일이다.

김행숙

파주 출생.

이화여대 졸업.

<시문학> (시), <수필과 비평> (수필)으로 등단.

시집 <유리창 나비> <여기는 타관> <멀고 먼 숲> , 영역시집 등 다수.

한국기독교문학상.이화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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