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페이고 법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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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고(Pay-go)는 ‘Pay as you go’를 줄인 말로, 돈을 벌어들인 만큼만 쓴다는 의미다. 정부나 국회가 의무지출 예산을 늘리는 사업을 추진할 때 이에 상응하는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으로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준칙의 하나다. 세입을 늘리든지, 아니면 다른 사업 항목의 예산을 깎는 등의 방법이 있다.

주요 선진국은 페이고 제도를 도입했거나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90년에는 독일과 미국 등 5개국만 재정준칙을 운용했지만, 2012년에는 그 숫자가 76개국으로 늘었다. 미국은 1990년 페이고 원칙을 도입했다가 2002년 폐지했으나 재정 건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2010년 2월 다시 부활시켜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5월부터 페이고 원칙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발의할 때는 규제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 악화 여부를 평가받는다. 하지만 의원입법에는 페이고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2012년 10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페이고 법안’에는 정치인들이 재원이 필요한 법안을 발의하면 재원확보 방안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법안을 양산해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페이고 법안은 1년 6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있다.

6ㆍ4 지방선거에서 또 선심성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료 간병에 무상 교복, 무상 통학버스, 무상 아침, 고교까지 무상급식, 대학입학금 폐지 등 달콤한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재정확보 방안은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채 표만 의식한 무분별한 공약들이다.

이에 페이고 법안이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법이 통과되면 선심성 포퓰리즘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지방선거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앙정부의 재정 악화로도 이어지게 된다. 선심성 공약 남발을 막고 안정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서라도 페이고 법안은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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