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관행(慣行)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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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화장실에 가면 꼭 첫번째 칸에서 일을 본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면 하차문 맞은편 자리에 눈길이 간다. 무의식 중에 왠지 몰라도 친근하고 마음이 들어 습관적으로 찾고, 행동하게 된다.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집단 전반에 이같은 습관이 있어 때론 조직이 굴러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과거부터 익숙하고 편한 것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성 때문일 수도 있다. 사회에서 예전부터 해 오던 대로 하는 것. 관례에 따라서 하는 일을 우리는 ‘관행’이라 부른다.

 

그러나 관행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불필요한 관행에 매몰돼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세월호 참사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원칙을 지키지 않은 부적절한 관행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일의 효율과 성과보다는 형식과 서류를 중요시하거나 과거 선배가 해 왔으니 당연히 후배가 따라해야 한다는 논리. 우리 시대에 이같은 관행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부적절한 관행이 팽배할 때 그 사회와 조직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과거의 관행과 영광에 매몰되다 쇠퇴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의 강자 코닥, 후지, 소니 등 일본기업이 그랬고 한때 전세계 휴대전화 점유 1위를 차지했던 노키아도 현재는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법조계의 ‘전관예우’라는 관행, ‘관피아’라고 비난받는 공직사회의 퇴직 공무원 낙하산 관행, 관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만 보고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사회의 관행 등 우리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과거부터 이뤄져 왔다는 이유로 용납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해 부적절한 관행에 대해 타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 습관적으로 행했던 부정적인 관행을 개인부터 돌아보고 개선하려고 노력해 보면 어떨까. 언젠가 사회 전반의 부적절한 관행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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