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특별전 ‘차(茶), 즐거움을 마시다’](5) 천하제일 고려청자

우리나라에서 10세기부터 만들어진 청자는 차문화의 유행과 함께 기술이 성장했고, 생산량도 늘었다. 고려청자 제작의 황금기인 12세기 이후에는 다양한 기법의 청자와 함께 여러 다구(茶具)들이 나왔다. 12세기에 고려를 다녀간 송나라의 사신 서긍(徐兢)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고려의 차문화를 이야기하며, 여러 다구와 함께 ‘비취색의 작은 사발(비색소구,翡色小?)’을 소개했다. 청자 다완을 일컫는 것이다. 중국의 비색(秘色)과 달리 고려의 비색(翡色)을 구별한 것은 그 또한 당시 세계 최고라고 알려진 고려의 비색청자를 알고 있었음을 뜻한다.

다구는 차의 형태와 마시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고려시대에는 주로 가루차(말차)와 고형차(병차, 떡차)를 차맷돌을 이용해 가루의 형태로 만들고, 송나라의 점다법(點茶法)과 유사한 방법으로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 점다법은 찻물을 별도로 끓이고 이를 다병에 붓고, 찻가루를 마치 점찍듯이 찻수저로 그릇에 옮긴 후 끓인 물을 붓고 잘 저어 거품을 내서 마시는 방식이다.

점다법을 이용한 차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찻주전자의 경우 주둥이가 길고 끝부분이 물을 따르기 편리한 사선형으로 제작되어야 하며(청자상감모란문주자), 다완은 가루차를 휘젓기가 쉬운 형태인 주둥이가 넓고 바닥이 깊은 그릇이 필요한데(청자완), 고려시대에 제작된 청자 찻주전자와 다완은 대부분 이런 형태였다.

이 외에도 꽃모양의 잔과 잔받침, 접시, 사발, 병 등 차와 관련된 청자들이 제작됐다. 비색과 유려한 형태, 서정적인 무늬의 고려청자는 당시 중국의 최상품 자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최고의 제품이었다. 그러기에 독창적인 비색을 띠고 상감기법을 사용한 청자에는 늘상 ‘천하제일’이라는 칭송이 따라 붙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청자 잔과 찻주전자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동채잔탁’, ‘차맷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의 ‘청자상감국화문통형잔’, ‘청자음각만과문주자’ 등 최고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성준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