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관사(官舍)

관청에서 관리에게 빌려 주어 살도록 지은 집이 관사(官舍)다. 민선 1기 기초자치단체장을 선출한 1995년 이전 관선 시장ㆍ군수들이 머물던 관사는 위엄있고 웅장했다. 하지만 민선 1기가 시작되던 1995년 수원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민선 1기 수원시장으로 당선된 심재덕 시장이 권위주의 상징인 관사는 필요없다며 주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혁신이다.

1982년 3월 수원 연무동에 지어진 시장관사를 심 시장은 리모델링해 어린이집으로 탈바꿈시켰다. 4천여만원을 들여 영세가정 자녀 및 맞벌이 부부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립어린이집으로 탈바꿈 시켜 11월18일 ‘수원 어린이 집’ 개원식을 가졌다.

당시 관사 규모는 대지 318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39평. 필자의 기억에 이 관사는 담장이 높고, 권위주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관사가 소재한 연무동 주위 건물들과 조화롭지 못하며 괴리감이 드는 건물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순간이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시립어린이집을 통해 졸업한 어린이가 2천100명을 넘어섰다.

▶20년 후인 2014년 6월 민선 6기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지난 12일 경기도지사 공관을 개방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팔달산 자락에 위치한 정원이 아름다운 공관은 1967년 1천여평의 부지에 2층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남 당선인은 2층은 경기도를 방문하는 외국 내빈들이 사용하는 게스트 하우스로, 1층은 주말에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소외계층 등의 결혼식장으로 활용하는 다목적 시설로 개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은 광주시장 관사를 매각해 매각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관사(官舍)를 개방하거나 매각하는 것이 정답이라 할 순 없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관사 활용에 박수를 보낸다.

정근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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