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김문수와 삼색 볼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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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야~ 수첩은 갖고 가야지. 아뿔싸~ 어쩐지 허전하더라. 빼곡 수첩에 삼색 볼펜은 나의 매력 포인트 …’.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재선에 도전한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 선거 로고송의 한 소절이다. 대중가요 ‘슈퍼맨’을 개사했다.

노래 가사처럼 ‘삼색 볼펜’은 김문수 지사의 상징물이다. 삼색 볼펜은 빨강ㆍ파랑ㆍ검은색 볼펜심이 하나의 펜에 들어있는 3천원짜리 볼펜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써온 ‘메모광’ 김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은 물론 경기지사가 돼서도 회의 때나 현장에 가서나 수첩에 검정색으로 메모를 하다가 중요한 대목에서는 파랑, 빨강으로 색을 바꿔가며 꼼꼼히 적는 버릇이 있다. 농민의 하소연을 들을 때도,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을 때도, 시장 상인들을 만날 때도 그의 손엔 항상 삼색 볼펜이 들려 있었다.

정치부장으로 경기도청을 출입하던 시절, 김 지사의 해외 순방에 두차례 동행한 적이 있다. 한번은 미국 투자유치, 또 한번은 두바이와 유럽의 투자유치 취재를 위해서였다. 김 지사는 그 때도 삼색 볼펜을 들고 틈만 나면 수첩에 깨알같은 글씨로 뭔가를 적었던 기억이 난다.

‘현장 맨’으로 불리는 김 지사는 늘 윗옷 안주머니에 수첩과 삼색 볼펜을 넣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삼색 볼펜으로 적었던 것이다.

두 번의 경기지사를 지낸 김문수 지사가 6월 말 퇴임한다. 경기도청 간부 공무원들이 지난주 송별 만찬 자리에서 떠나는 김 지사를 위해 삼색 볼펜을 선물했다. 고가의 명품 만년필은 아니지만 청렴하고 소박한 김 지사의 상징처럼 8년을 함께 일한 공무원들 마음 속에 각인된 삼색 볼펜이다.

박수영 행정1부지사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삼색 볼펜 선물에는 깊은 뜻도 담겼다. 빨강색과 파란색은 보통 대지와 바다, 열정과 냉정, 혁명과 평화, 진보와 보수 등으로 상징된다. 검정색은 통합을 의미하는 색이다. 이에 8년간의 지사직을 마치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김 지사가 대한민국의 모든 세대와 이념, 사상과 갈등을 통합하는 큰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3천원짜리 흔한 볼펜이지만 선물에 담긴 의미를 전해들은 김 지사는 감격스러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금장된 몽블랑보다 더 값진 삼색 볼펜이기에 김 지사는 가슴이 뜨거웠을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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