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 관원의 차 모임 다시(茶時)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차를 통한 여유와 즐거움은 사헌부를 중심으로 공적인 모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려 말부터 대관(臺官)들이 중요한 처결을 앞두고 잠시 처결에 대한 전반을 신중하게 정리하던 ‘다시(茶時)’가 그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 초까지 사헌부의 감찰 업무가 차를 마시면서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실학자 이익(1681~1763)은 『성호사설』에서 ‘다시’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임진왜란 이전에 사헌부 관원들은 반드시 ‘성상소’에 모여 회의를 했으며, 성상소는 감찰 기능을 담당하던 사헌부의 기관으로 추정된다.
당시 ‘성상소감찰다시(城上所監察茶時)’는 감찰 관원들이 성상소에 모여 차를 마시고 헤어지던 관례에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간사하고 탐학한 신료의 집 근처에서 여러 감찰이 모임을 열고 그 사람의 죄악을 일일이 백판(白板)에 써서 문 위에 걸고 가시나무로 문을 막아 단단히 봉한 뒤에 서명해 그 사람을 따돌렸던 ‘야다시(夜茶時)’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 초의 문인 서거정(1420~1488)은 다시청(茶時廳)에서 대관이 송사(訟事)를 심리하는 것을 겸했던 사실을 소개했고, ‘다시’가 다례(茶禮)에서 온 것이며, 고려와 조선 초에 사헌부 대관들이 날마다 모여 차를 마시는 자리를 행하고 마쳤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을 통해 당시 정사를 논의하고 관리를 규찰하고 탄핵하며 풍속을 바로잡는 등의 사헌부 고유의 감찰 업무가 차를 마시면서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와 관련된 유물 중 경기도박물관 소장의 계회도를 주목하고자 한다. 보물 제 1406호로 지정된 <이십삼상대회도(二十三相大會圖)> 는 사헌부 감찰 관원들의 모임을 기념한 그림으로 우리 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계회도이다. 이십삼상대회도(二十三相大會圖)>
상단에는 그림의 제목, 중단에는 참석한 사람·나무·건물 등의 계회 장면을 간략한 선으로 표현한 그림, 하단에는 사헌부 감찰 23명의 품계와 이름, 본관 등을 기록하는 등 전형적인 계회도의 형식을 보여준다.
특히 건물 안에 계회를 나누고 있는 감찰 관원들의 모습은 사헌부의 ‘다시’를 연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추정된다. 또한 우학문화재단 소장의 <청자상감연화문 ‘성상소’ 매병> 은 매병 몸통에 흑상감으로 새긴 ‘성상소’라는 명문을 통해 사헌부와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데, 그 용도가 ‘다시’에 사용하기 위해서 제작한 다병(茶甁)으로 추정된다. 청자상감연화문>
이성준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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