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관심사병

정일형 사회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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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에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던 지난 21일, 환호가 아닌 또다른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날 오후 8시30분 강원도 고성군 모부대 GOP에서 끔찍한 총성이 울려 퍼진 것이다.

제대를 불과 3개월여 앞둔 22살의 임모 병장이 사병들에게 총기를 난사 5명이 죽고 7명이 부상당했다. 적도 아닌 우리 아군에게, 그리고 수개월간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함께 해 온 동료에게 총을 들이 댄 것이다.

▲자살을 시도한 임모 병장은 구사일생(九死一生)인지 몰라도 다행히 목숨을 건져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전말은 조사가 완료되야 하겠지만, ‘왜 그랬을까?’란 물음을 놓고 세간이 설왕설래(說往說來)하고 있다. 제대가 임박했던 시점에 이런 엄청난 일을 벌린 것은 뭔가 상사에 대한불만과 억눌려있던 감정이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또한 관심사병 관리에 대한 군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위에 올랐다.

▲군의 총기사고는 하루이틀의 일도 아니고 밝혀지지 않은 사건까지 추정하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는게 예비역들의 전언이다. 그 때마다 관심사병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예비역 들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관심사병은 위험군에 속한 만큼 반드시 별도의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또다른 한편에서는 관심사병 지정 자체가 오히려 집단 따돌림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예비역들은 임 병장 역시 관심사병 지정이 오히려 ‘왕따’를 더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관심병사들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철저히 소외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 군에 걸쳐 관심 사병은 최대 10%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다.

▲관심사병도 분명 대한민국 국민이자 우리의 자식이자 동료ㆍ형제다. 따라서 정상의 상태로 군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건강하게 복귀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충분한 보호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관심사병의 부모는 바로 군이다.

그래서 군은 관심사병을 돌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국방부가 다음 달 말까지 전군 특별정밀진단을 실시해 관심병사를 재판단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니 다행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이번에는 관심을 갖고 지켜 보자.

정일형 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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