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취임식 ‘안하거나 검소하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기자페이지

2010년 6ㆍ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단체장 중 취임식에 가장 많은 돈을 쓴 사람은 3천846만원을 들인 강운태 광주시장이다. 이어 우근민 제주지사가 3천711만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3천592만원을 취임식 비용으로 썼다.

당시 강 시장은 빛고을체육관에서 3천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 비용은 대부분 무대제작비와 조명, 공연 등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우 지사는 한라체육관에서, 재선의 오 시장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4년 전만 해도 자치단체장의 취임식은 실내체육관이나 문화예술회관 같은 대형무대에서 거창하게 했다.

하지만 2014년의 자치단체장 취임식 풍속도는 크게 바뀌었다. 안하거나 검소하게 치루거나.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고 경제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축소와 간소화’를 지향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은 통상적인 취임식을 하지않기로 했다. 대신 7월 1일 안전점검을 위한 현장방문에 나선다. 오전엔 이재정 도교육감 당선자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하고 세월호 피해 유가족과 면담을 가질 계획이다.

 

이어 소방재난본부에서 34개 소방서를 화상으로 연결, 소방서장들과의 회의를 주재한 뒤 재난종합지휘센터에서 재난대응시스템을 점검한다. 오후엔 재난위험 최하 E등급 건물인 성남 중앙시장을 찾아가 성남시, 중소기업청과 시장 재건축 협약을 체결한다.

기초단체장들도 마찬가지다. 도내에서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한 24곳의 시장ㆍ군수 대부분이 1일 취임식을 생략하거나 현장방문ㆍ봉사활동으로 취임식을 대신한다. 재선의 김윤식 시흥시장과 김선교 양평ㆍ김성기 가평군수는 취임식 대신 결식아동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주는 ‘밥퍼 봉사’를 한다.

김만수 부천시장과 조병돈 이천시장, 곽상욱 오산시장도 취임식 대신 현장방문 및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3선의 조억동 광주시장은 취임식 경비 900여만원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처럼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봉사활동이 새로운 취임식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검소하게 축하행사 없는 ‘작은 취임식’을 지향하자, 시민들의 호응도 또한 좋다. 새로운 민선 6기, 권위의 틀을 과감히 깨고 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열린 행정을 펼쳐 나가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