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 홍명보

‘꿈의 구연(球宴)’인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반환점을 돌면서 8강 진출 팀을 모두 가렸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가 모두 8강에 오르지 못하며 몰락한 가운데 유럽 4개팀, 남미 3개팀, 북중미 1개팀이 8강에 올라 유럽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이어가게 됐다.

당초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넘어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무2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며 지난달 30일 초라하게 귀국했다. 축구 대표팀은 입국장에서 팬들의 격려와 성원을 받기도 했지만, ‘엿세례’를 받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에 화가난 축구팬들의 야유와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7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첫 원정 8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이는 홍 감독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견인하는 등 지략이 많은 젊은 감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선수단 역시 전체 23명 가운데 17명이 유럽의 빅리그와 일본,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해외파’가 17명이 포함된 데다 역대 가장 젊고 경험이 많은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특색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수 없을 정도로 ‘무색 무취’한 전술로 일관해 국민과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특히 특정 선수에만 의존한 선수 기용은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감독의 ‘고집’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한국 축구는 4년 뒤 러시아 월드컵을 기다려야 한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유임론과 경질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금주 내 홍 감독과 면담한 뒤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유임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홍 감독의 경질 여부를 떠나 중요한 것은 ‘아시아축구의 맹주’를 자처해온 한국 축구가 더이상 우물안 개구리로 머물지 않고,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세계축구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자는 물론 협회도 지원과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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