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소득 불평등’ 경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기자페이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이 유럽과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유럽 주요국, 미국, 일본, 호주 등 20여개국의 순자산과 국민소득에 관한 300년간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 소득 불평등의 심화를 경고하며 부자 증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부의 불평등이 1차 세계대전 이전 수준으로 심해졌다’ ‘최상위 부자들에게 80%의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피케티는 “돈이 돈을 낳는 속도가 사람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고 주장한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피케티는 상위 10% 계층이 차지하는 소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했다. 2012년 미국 데이터를 보면 미국인 전체가 벌어들인 소득의 52%를 상위 10%가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피케티 열풍이 무르익는 분위기다. 관련 주제를 다룬 논문과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는가 하면, 9월 ‘21세기 자본론’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세미나도 계획돼 있다. 부의 집중과 소득 불평등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분석한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 비중은 45.51%다. 1990년대 중반까지 30%대에 머무르던 상위 10% 비중이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 40%를 넘어섰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이 2060년엔 더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OECD가 최근 ‘50여년간 세계 변화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이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2010년 4위에서 2060년에 3위로 더 나빠질 거라고 전망했다.

OECD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사회의 총소득(세전) 상위 10%의 소득 규모가 하위 10% 소득의 4.85배였다. 하지만 2060년에는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의 소득에 6.46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는 소득 격차가 2010년 5.03배에서 2060년 6.74배로, 이스라엘은 4.98배에서 7.21배로 늘 것으로 집계됐다.

여러 가지 경제변수 추세를 전제로 한 장기 전망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고착화는 자살ㆍ범죄 등 사회병리현상을 유발한다. 소득 불평등 심화에 대한 원인 분석과 처방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