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부근에서 상대적으로 차가운 대기와 뜨거운 바다가 형성하는 태풍은 참으로 반갑지 않은 연례 손님이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발생하는 태풍은 잘못하면 1년 농사를 망친다.
그러나 순기능의 면도 있다. 대자연의 스크류 역할을 한다. 바닷물 깊이 해수를 뒤집어 산소를 공급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청소를 하는 것이다. 해수 뿐만이 아니다. 대기도 말끔히 청소한다. 만일 태풍이 없으면 바다의 풍요한 어류도 서식하지 못하고 산호초 같은 바닷속 진풍경 또한 볼 수 없다. 대기도 생태계에 이상을 드러낼 것이다.
‘루사’나 ‘매미’처럼 여성같이 순하라고 태풍 명칭에 여성 이름을 붙인다는데 그 이름도 괴상한 ‘너구리’호 태풍이 불어 닥쳤다. 규모나 강도 면에서도 수퍼급 태풍이라고 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긴장해야 된다. 자연의 섭리를 인력으로 대비할 수 있는 데도 대비치 못하고 재해를 당하는 것은 천재가 아니고 인재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태풍에 대비할 때다. 흔히 대비는 표가 안나 소홀하기 쉬우나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지자체장으로서는 막중한 책무다.
농촌은 비닐 하우스 등 시설물, 도시는 간판 등 표식물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산간이나 해안에 친 텐트 등 야영도 삼가야 된다. 저지대의 배수장치, 도로상의 낙석지역과 산이나 옹벽의 사태 취약지점의 점검 또한 필요하다.
민선 6기의 첫 해다. 사고 이후엔 늦다. 사고 수습은 아무리 잘해도 안 난 것만 못 하다. 각 지자체장 등의 노력으로 올 여름 들어 처음 맞는 태풍 ‘너구리’호를 사고없이 무사히 넘기면 좋겠다. 그렇게 믿고 싶다.
임양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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