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산아제한정책 수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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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정책은 2000년대 들어 출산 장려로 바뀌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산아(産兒)제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구 증가가 경제성장의 저해 요인이라고 인식해 1960년대부터 30여년간 출산억제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은 출산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으며 성공을 거뒀다. 1960년 출산율이 6명에 달했으나 가족계획 사업을 통해 1984년에 2.1명까지 줄였다. 산아제한에 큰 몫을 한 것이 포스터와 캐치프레이즈다.

1960년대의 ‘많이 낳아 고생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70년대의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의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같은 계몽적 카피는 인구정책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심지어 주부클럽연합회는 1974년을 ‘임신 안하는 해’로, 1975년을 ‘남성이 더 피임하는 해’로, 1976년을 ‘나라사랑 피임으로의 해’로 정하고 범국민적 계몽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1980년대까지 아이 둘도 많다며 ‘1자녀 갖기 단산(斷産) 운동’을 펼쳤던 한국은 1990년대 후반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자 뒤늦게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출산 장려 정책으로 돌아섰다. 2000년대 초반의 출산장려 포스터엔 ‘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단 셋이 더 행복합니다’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이 1.19명의 초(超) 저출산 국가 수준으로 인구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산아제한 정책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산아제한 정책이 아프리카에 전수된다는 소식이다.

인구협회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올 7월부터 2년 8개월간 22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에티오피아에 인구 관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모자보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 기준 에티오피아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4.6명으로 한국의 1970년 출산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영아 사망률은 출산 1천건당 74명이 사망할 정도로 열악하다. 아프리카에 한국의 성공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수출하는 것은 의미가 크고 보람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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