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전면개방 선언하던 날… 임직원들 관광버스는 왜?
수원농협 임직원들이 정부가 쌀 관세화 선언을 한 당일 타지역으로 ‘복달임’을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조합원과 농민단체들은 이 같은 ‘보신원정’에 대해 ‘농민과 농업을 져 버린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21일 수원농협과 일부 조합원에 따르면 수원농협은 지난 18일 오전 수원 본점에서 ‘2014년 상반기 손익 결산’ 등을 보고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었다.
1시간가량의 이사회가 끝난 오전 10시30분께 이사회 의장인 조합장을 비롯한 이사진 15명과 총무ㆍ기획팀 직원 등 20여 명은 준비된 관광버스를 타고 강원도 원주의 한 보양식 집으로 향했다.
이들은 보양식 집에서 보신탕과 삼계탕 등을 기호에 따라 나눠 먹었고, 비용은 수원농협에서 이사회 식대 명목을 빌어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보신원정’을 떠난 당일인 18일은 정부가 쌀 관세화를 선언,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연) 등 농민단체들이 ‘대한민국의 농정이 참사한 날’로 규정하고 농민 총궐기에 나서기로 한 날이어서,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원농협 조합원 A씨는 “18일은 정부가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선언해 농민 모두가 실의에 빠져 있던 날이었다”면서 “굳이 이날, 그것도 평일에 경기도도 아닌 강원도까지 관광버스를 타고 복달임을 떠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농연 경기도연맹 관계자도 “마지막 보루인 쌀 시장이 개방돼 농민들의 억장이 무너졌는데 원주까지 가서 보양식을 먹은 것은 누가 봐도 보신관광”이라며 “농민 편에 서서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농협이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농민을 우롱한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수원농협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실적이 전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나는 등 상황이 어려워 실적 향상을 위한 회의를 따로 여는 비용 등을 아끼기 위해 식사를 마친 뒤 3시간여에 걸쳐 (원주)인근에서 하반기 첫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잡혀 있던 일정이어서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규태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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