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담뱃값은 2천500원으로 세계 주요 41개국 중 가장 싸다. 2004년 12월 한 갑에 500원 올린 뒤 10년째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41개국 중 1위인 노르웨이의 담뱃값은 14.5달러(1만6천477원)로 한국의 6배가 넘는다. 그 다음이 호주(1만6천364원), 아일랜드(1만3천481원), 뉴질랜드(1만3천182원), 영국(1만2천318원) 순으로 한국의 담뱃값보다 5배 이상 많다. 담배값이 2달러대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담배가격이 낮을 뿐 아니라 담배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외국에 비해 낮다. 2012년 기준 담배 한 갑 2천500원 가운데 담뱃세와 지방교육세, 부가세 등 3가지 조세와 폐기물부담금,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2가지 부담금까지 포함해 세금 비중은 1천550원으로 전체의 62%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뱃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70%로 권고하고 있다. 담배에 붙는 이 세금과 부담금은 6:4 비율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된다.
담뱃값 인상은 보건복지부가 수년째 주장하고 있지만, 물가인상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경환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혀, 조만간 담뱃값 인상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을 떨어뜨려 국민건강을 챙기고, 부족한 세수(稅收)도 확충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담뱃값을 1천원 올리면 연평균 2조5천458억원, 1천500원 인상하면 3조6천371억원, 2천원 인상하면 4조6천438억원의 세수 증가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얼마나 기여할 지 의문이다. 결국은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세수를 확충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인상폭을 정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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