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기문화기관 수난시대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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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깎이자 하던 행사를 중단하고, 축소하고… . 경기도 문화 관련 기관들의 이같은 하소연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여기 치이고, 저기 차이더니 급기야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문화의전당 통합 얘기가 공론화되고 있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예민하다.

작은 변화와 자극에 작품을 망치기도 하고 신들린 작품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클래식 연주회를 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연주 내내 침 넘기는 소리, 본의 아니게 나오는 기침 소리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연주에 몰입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문화기관 통합 이야기는 너무 쉽고, 가볍게 다뤄지는 인상이다. 단순 경제 효율의 문제를 내세워 마치 합치는 것만이 개혁이고 혁신이라는 논리다.

사람이 저마다 개성이 있듯이 기관 단체들도 각각 성격이 다르다. ‘문화’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똑같은 기관은 아니다. 경기문화재단은 한국 최초의 공공문화재단으로 경기도 문화예술 지원과 육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재 발굴 보전은 물론 문화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등도 문화재단이 벌이는 주요사업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예술공연 전문 문화기관이다. 경기필하모닉 등 자체 예술단을 운영하며 도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고 좋은 무대를 도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엄연히 양 기관의 성격이 다르다.

지역 문화계는 이들 기관이 통합될 경우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의구심을 갖은 회의론이 많다.

경기도 박물관, 미술관 등 8개 산하기관을 둔 경기문화재단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미 지나치게 비대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개혁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 기관별 특성에 맞게 자체 조정하면 오히려 더 혁신할 수 있다.

정책 결정자가 이들 기관과 문화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는지, 얼마나 심도있는 검토가 있었는지, 경기도 문화계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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