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답게 살겠습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기자페이지

1990년대 천주교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벌여 사회적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가슴을 치며 자기 탓이라고 고백하는 기도문에서 따온 ‘내 탓이오’의 정신을 ‘지금, 여기, 나에게서부터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전개된 캠페인이다.

당시 우리 사회는 이념ㆍ지역ㆍ세대간 갈등으로 어수선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 탓이오’는 서로 남의 탓만 하는 이기적인 단점을 보완하고 국가사회발전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려는 신뢰회복운동이었다.

‘내 탓이오’ 운동을 펼쳤던 천주교 평신도 모임인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평협)가 올해는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펼친다.

권길중 평협 회장은 얼마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고, 세월호 참사를 겪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그대로 살 수는 없다”며 “그래서 평신도 차원에서라도 스스로 정체성을 확인하고 뭔가 다르게 살아보자는 운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답게’ 운동은 권 회장의 말처럼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하나는 다음 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우리 스스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학생은 학생답게’ ‘선생은 선생답게’ ‘부모는 부모답게’를 생각했다.

두 번째는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다. 선장이 선장다웠고, 선원들이 선원다웠으면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 생각하며 반성을 했다. 그는 종교인들이 모범을 보이면 우리 사회도 저절로 의식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평협은 최근 충북 배론성지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 ‘○○답게 살겠습니다’를 범국민운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8월엔 ‘자기 정체성 확인하기’, 9월엔 ‘내 탓이오’, 10월엔 ‘내가 먼저 사랑하기’, 11월엔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살기’, 12월엔 ‘서로 사랑하기’ 등 실천 덕목도 정했다.

90년대 ‘내 탓이오’ 운동이 천주교 평신도 중심으로 벌인 것이 한계였다는 지적이 있어 앞으로 이 운동을 7대 종단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법정 스님도 살아 생전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아이디어는 천주교가 먼저 냈을지 몰라도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만 제대로 확산돼 개개인이 실천한다면, 이런게 바로 ‘국가 개조’가 아닐까 싶다.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한번씩, 생각해보자.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