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비만세 논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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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세(Fat Tax)는 탄산음료, 고칼로리 가공식품 등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대해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2011년 10월 1일에 도입했다.

덴마크는 ‘비만ㆍ질병을 유발하는 저급음식(Junk Food)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줄어 질병도 줄어든다’며 포화지방이 2.3% 이상 함유된 제품에 대해 포화지방 1㎏당 16크로네(약 3천400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버터와 우유, 피자, 식용유, 육류, 조리식품 등 포화지방을 함유한 모든 식품이 적용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행 1년 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이상이 ‘비만세는 잘못’이라고 혹평했고, 80%는 ‘비만세로 구매습관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답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였다. 비만세가 시행되는 1년 동안 국민들은 비만세가 안 붙어 물건값이 상대적으로 싼 인접국가 독일이나 스웨덴으로 가서 물품을 샀다.

덴마크 납세자는 비만세로 인한 연간 4.7%의 인플레이션 유발, 0.8%의 실질임금 감소, 1천300개의 일자리 상실 효과 등으로 분노했으며, 비만세 부과로 음식 소비가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옮겨가지도 않았고, 정크푸드 소비도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비만세는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뿐”이라며 행정부를 비판했다. 결국 주무장관은 비만세 폐지를 발표하며, “비만세는 우리가 도입해왔던 제도 중 가장 경멸스러운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가 이 비만세를 도입하려는 모양이다. 새 경제팀이 ‘과감한 경기부양’ 의지를 밝히며 재정지출을 늘릴 뜻을 내비친 가운데 국민건강증진을 명분으로 비만세 도입을 공론화 하고 있다.

현대인의 비만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 말할 정도로 심각한 국제 문제다. 비만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와 지역사회, 기업, 학교 등이 적극 나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그 해법이 비만세 부과는 아니다. 특정한 음식에 대한 규제만으로 비만 감소, 비만 치료에 대한 정책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비만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공공 보건 개선을 꾀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염려해 담뱃세로 시작해 주세, 비만세를 검토 중이라는데 왠지 국가재정 때문에 세금을 늘리려는 꼼수로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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