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인들과의 한 모임에선, 선임병들의 잔혹한 구타와 가혹행위로 숨진 28사단 윤모 일병의 얘기가 화제가 됐다. 군대 간 아들을 둔 엄마도 있었고, 곧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사람도 있어서 흥분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핸드폰 속 온몸이 시퍼렇게 피멍 든 사진을 돌려보며 마치 자기 아들을 보는 듯 부르르 떨었다. 어떤 엄마는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고 욕을 해대기도 했다.
이들은 ‘치약 1통을 다 먹게했대’ ‘입을 벌리고 물고문도 했다는데’ ‘바닥을 기면서 가래와 음식물을 핥아먹게 했대’ ‘성기에 안티푸라민도 바르고’라며, 윤 일병에게 가한 가혹행위는 짐승에게도 할 수 없는 짓이라고 치를 떨었다. 그러면서 군대 간 아들을 걱정했고, 군대에 어떻게 보낼 수 있냐고 한숨지었다.
입대 거부 운동을 하자’ ‘이제 군대 가야 사람된다는 말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원정출산이라도 해서 내 아들만큼은 군대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것 아닌가 후회된다’ 는 등의 글과 함께 ‘가해자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인터넷 청원 운동에 서명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조국을 지키기위해 가족의 품을 떠난 아이들이 얻어맞고, 학대당하고,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고, 심지어 목숨을 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 군대, 참으로 수치스럽고 안타깝다.
그동안 병영 내부의 폭언과 폭력, 왕따 등이 크게 줄고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군 당국이 지난 4월 한달간 육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병사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구타ㆍ언어폭력 등 가혹행위 3천900여건을 적발했다. 한 달 만에 ‘제2, 제3의 윤 일병 사건’이 될 수 있었던 사안을 뒤늦게 적발한 것이다.
우리 군끼리 믿음과 기강이 사라진 군대가 실전에서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뿌리 깊은 폭력적 군(軍)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군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국민적 불신과 병역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윤 일병이 울고있는지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하고,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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