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40도가 넘는 한낮의 기온, 그리고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현대 사회에서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틀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본 적 없을 것이다.
중국 교환학생 시절, 현지인 기숙사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심각한 열대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기숙사는 밤 10시 이후에는 전기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매일 당연하게 해오던 핸드폰 충전도 밤 10시 이전에 해야하고, 극심한 열대야로 잠을 자기 힘든 상황에서도 선풍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더위에 지쳐 샤워를 하고 싶어도 각 방에 샤워실이 없기에 기숙사 밖 공용 샤워실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했다. 이는 중국의 특성상 인구가 많아서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더 큰 이유 중 하나는 원활하지 못한 전력수급 상황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당시 큰 충격을 받았고, 새삼 우리나라의 기술력에 자부심을 느꼈다.
평소 우리는 숨을 쉬듯 당연하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 전기의 소중함을 느낄 기회가 없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어떤 건물에 들어가더라도 금방 더위를 식힐 수 있을 만큼 냉방을 하고 있고, 거리에는 문 열린 가게 옆을 잠깐만 지나가도 냉기를 느낄만큼 과도한 냉방으로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변 사람들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회사라는 이유로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여 전력낭비를 줄이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는 ESS라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이용하여 여름철 냉방을 하고 있다. 밤 시간대의 저렴한 전기를 이용해 저장해둔 에너지를 낮 시간동안 활용하는 것인데,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단계에 이르면 이조차도 중지하고, 소등한 채 근무를 한다.
또 대부분의 직원들은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전기절약을 알리기 위해 PC절전 소프트웨어인 ‘그린 터치‘를 무상으로 배포했다.
나 역시 이곳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작은 습관들이 몸에 배었다. 매일같이 사용하는 컴퓨터에는 절전용 화면보호기를 다운받고, 잠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모니터를 꺼두며, 사무실에 누군가 없을 때에는 소등하는 등의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들이다.
이처럼 거창한 일들이 아니더라도 더 많은 국민들이 한전의 노력들을 공감하고 이해하여 작은 노력이라도 함께 동참해준다면 올 여름을 전력난 걱정 없이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권누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인턴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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