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명량’ 돌풍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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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야 영화 ‘명량’을 봤다. LA 사는 친구들도 미국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통해 봤다는데, 좀 늦었다. 영화를 보기 전 ‘명량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강의는 설민석 강사가 명량해전과 이순신 장군의 전략 전술 등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활약상을 그린 영화 ‘명량’이 지난 10일 개봉 12일만에 관객 1천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단기간 1천만 관객 돌파다. 이제 ‘아바타’(1천362만명)가 세운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지금 기세라면 시간 문제다.

‘명량’ 돌풍은 극장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서점가에선 이순신 장군을 다룬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이순신 장군의 무용담을 재현한 옥스퍼드 블록 같은 장난감은 판매가 60% 늘었다. 영화 무대가 된 전남 해남군 울돌목에는 명량해전의 현장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바람은 정치권에까지 불어 박근혜 대통령도 봤다. 다른 정치인들도 이순신 정신을 배우자며 영화관으로 가고 있다. 이 영화는 특히 정치인들이 봐야하는데, 보고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작 그들이 뭘 느끼고 뭘 얻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영화가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상대로 싸워서 이긴 명량해전을 다뤘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 때문이다.

군율을 어긴자의 목을 가차없이 베면서도,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구하는데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우리 사회가 애타게 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로움과 두려움에 포기하지 않고 불가능에 맞서 싸우고, 자신의 목숨보다 백성을 먼저 염려하고, 신념과 용기로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감동을 받았다.

장군의 대사엔 나라를 위한 충정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녹아 감동을 더한다. 특히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은, 국가나 국민보다 정쟁이 우선인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명언이다. “두려움이 문제다.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로 나타날 것”이란 말은, 지금 우리 사회 얘기다. 이 시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줄 리더십이 절실하다. 어디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 없을까?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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