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죽음을 앞둔 노교수와 그의 제자가 매주 화요일에 만나 인생수업을 하는 내용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영혼의 결핍을 느끼던 저자는 루게릭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대학시절의 은사 모리 교수와 재회, 세상ㆍ가족ㆍ죽음ㆍ사랑 등을 주제로 삼아 대화를 나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작가 김영갑은 내가 좋아하는 사진가다. 제주에 반해 온 몸을 던져가며 오름과 바람, 구름, 바다 등의 풍광을 담아오던 김영갑은 루게릭병으로 6년여간 투병하다 2005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돈이 생기면 필름을 사느라 당근과 고구마 등으로 허기를 메우며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2002년 문을 연 ‘갤러리 두모악’에서 만날 수 있다.
모리 교수나 김영갑 작가 모두 루게릭병으로 사망했다.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장기간 이 병으로 투병 중에 있다.
이 병은 1930년 미국 뉴욕 양키스팀의 전설적인 야구스타 루게릭 선수가 발병 후 2년 뒤 38세에 사망해 그 선수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려지게 됐다. 미국에 약 3만명, 세계적으로 10만명 정도가 이 병을 앓고있고, 우리나라엔 1천200여명이 투병하고 있다.
루게릭병의 위험성을 알리고 환자를 도우려는 기부운동으로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얼음물 뒤집어쓰기 릴레이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그것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7월 말 시작된 캠페인은 지명받은 사람이 양동이에 든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ALS협회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도전을 받을 세명을 다시 지목한다. 이 유쾌한 캠페인은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레이디 가가, 베컴, 메시 등 전 세계 유명스타들을 거쳐 지난 주말 국내에 들어와 배우 조인성과 야구선수 조인성, 손흥민, 비 등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캠페인에 대해 외국 유행을 따라했다는 비판과 함께 유명인사들의 자선 과시, 보여주기식이란 지적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잠깐의 이벤트가아닌 지속적인 관심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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