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고 딸이고 간에 자식 키우는 것을 흔히 농사에 비유해 ‘자식농사’라고 한다. 예를 들면 아들 딸이 잘된 집을 가리켜 “그 친구 자식농사 하나는 잘 지었다”며 덕담 삼아 말한다. 농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덜 와도 걱정인 게 농사다. ‘농사나 짓는다’고 하는데 ‘농사나’가 아니다.
각설하고, 자식농사처럼 어려운 것도 드물다. 대개는 부모 마음대로 잘 안되는 것이 자식농사다.
공자(孔子) 일화다. 공자가 말년에 지금의 산둥성인 노(魯)나라 고향 곡부현(曲阜縣)에서 후학을 육성할 때다. 한번은 제자들이 선생이 친아들은 얼마나 잘 가르치겠나 싶어 공자 아들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 아들은 빙그레 웃으면서 ‘정훈(庭訓)’이라고 써 보이는 것이다. 어쩌다 자기 아버지를 마당에서 마주치면 “요즘은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을 정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공자 제자 가운데는 성현의 지위에 오른 이가 있어도 공자 아들이 성현에 올랐다는 말은 과문한 탓인지 아직 듣지 못했다.
하물며 범부에 있어서는 더 말 할 것도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군대에 간 맏아들 때문에 한동안 곤혹을 치렀다. 더 일찍이 사과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부정(父精)의 인지 상정을 모르는 소리다.
남 지사 아들인 ○사단 남모 상병이 후임병에게 가혹행위와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할 죄목이다. 사단 보통군사법원은 남 상병이 혐의를 시인하고 폭행 정도가 가벼우며, 바지의 지퍼부분를 툭툭 쳤다는 성추행은 흔히 있는 장난으로 보인다며 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그런데도 상급 부대에서 무슨 보강수사를 한다고 한다. 누구의 아들임으로 특혜가 있어선 안되는 것처럼 누구의 아들임으로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된다. 남 상병에게도 인권은 있다. 그도 아마 누구의 자식이란 말이 듣기 싫을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아버지 되는 사람으로 자식을 잘못 키운 점을 국민 앞에 사과한다”고 했다. 정모 전 의원 막내는 세월호와 관련해 엉뚱한 글을 올려 정 전 의원의 속을 썩였다. 뉘집 할 것 없이 어려운 게 자식농사가 아닌가 한다.
임양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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