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취업이다. 대학생이나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좁디 좁은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학점 관리 외에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등록금 빚도 갚지 못한 상황에서 또 빚을 내가며 토익ㆍ토플 학원에 다니고 스피치 학원에도 다닌다. 이런 저런 자격증도 따고, 인턴이나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이런 것쯤은 누구나 다 하는 평범한 스펙이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국토대장정도 이젠 특별한 경력이 아니다.
어지간한 경험으로는 차별화가 되지않는 시대, 기업들도 토익ㆍ학점과 같은 계량화된 수치를 넘어선 지원자 저마다의 스토리를 중시한다. 이런 것들엔 더 이상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서 청년구직자들은 좀 더 세고 특별한 스펙 쌓기에 나서고 있다. 이력서에 한 줄 보태려 남들이 하지않는 극한(極限)ㆍ고난도의 체험을 하는 것이다.
극한 스펙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중국 고비사막까지 누비고 남극에서 극지 체험을 한다. 또 아마존 정글을 완주하고, 미국 대륙 6천㎞를 자전거로 횡단하기도 한다.
실제 250㎞ 고비사막 레이스에서 세계 여자 3위를 기록한 양유진씨(25ㆍ경희대 체육교육학과)는 취업을 위해 남들 한다는 건 이것 저것 다 해보다 차별성을 갖기위해 더 강도 높은 도전에 나서게 됐다.
한양대 4학년때 남미 볼리비아의 와우나 포토시(6천88m)에 힘겹게 네 발로 기어 올랐던 허혁씨는 이때의 극한 체험을 어필해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류 통과 한번 못했던 여성 취준생이 철인 3종 경력을 써넣은 뒤부터 면접까지 올라 갈 수 있었던 사례도 있다.
기업 인사 전문가들은, 이들의 이색 경험이 눈길을 끌지만 회사의 업종과 직무와 연관이 있는 경험이라야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청년구직자들은 남들보다 튀는 스펙에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큰 돈을 들여가며 ‘절박하게’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안쓰럽고 맘이 저리다. 청년실업이 진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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