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하면 으레 귀성길, 고향집, 차례(茶禮)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은 ‘추석=가을 휴가’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추석은 연휴가 길어 고향집 대신 여행계획을 세운 이들이 많다. 일요일이 끼어있는 추석 연휴에 대체휴일제가 적용돼 연휴가 닷새로 늘어났고, 여기에 목ㆍ금 이틀간 휴가를 낸다면 거의 열흘간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닷새 이상 이어지는 추석 연휴에 직장인들은 평소 가지 못했던 국ㆍ내외 여행을 계획하느라 각 항공사 티켓이 일찌감치 동이 난 상태다. 평소 엄두를 못냈던 장거리 유럽노선까지 예약이 몰리고 있다.
추석 풍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추석 연휴에 여행을 즐기는 이가 많다보니 차례를 대행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일정 비용을 내면 사찰과 성당에서 합동제례와 위령미사를 지내주는데 여기에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차례상 마련 대행은 벌써 오래 전부터 인기다.
최근엔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도 많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30%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 명절의 의미가 차례를 지내는 전통보다 가족단위로 친목을 도모하거나, 얼굴을 보는 날로 변하는 추세다. 굳이 차례라는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 드리면서 정을 나누면 된다는 ‘탈형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제례를 숭상하는 유교문화가 쇠퇴한 것도 원인이다.
추석 연휴 기간 성형수술도 유행이다.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들은 추석 연휴 스케줄이 빼곡할 정도로 예약이 꽉 찼다. 수술후 1주일 정도 회복기간을 가질 수 있어 쌍커플부터 코 성형, 안면윤곽술 등 이뻐지려는 여성들로 북적인다. 부모님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역귀향이 늘면서 눈가 주름제거 수술이나 보톡스 등도 인기다.
추석 풍속도가 급속히 바뀌면서 ‘명절의 전통성’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풍속을 어찌 하겠는가. 명절의 의미는 살리면서 마음은 넉넉하게 가지려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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