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7천700원과 1만2천원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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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7천700원과 1만2천원이 떨어져 있어 하나를 줍는다면 백이면 백 모두 1만2천원을 주울 것이다. 반면 비슷한 물건을 살때 7천700원을 낼 지, 아니면 1만2천원을 낼 지를 묻는다면 누구든 7천700원을 선택할 것이다. 이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개체들이 갖고 있는 비용절감의 순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어 수원시민들에게 영통과 캐슬호텔에서 인천공항을 갈 때 1만2천원을 내고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영통∼인천공항 8천300원, 아주대∼인천공항 7천700원, 광교중기센터∼인천공항 7천400원을 내고 가시겠습니까 묻는다면 답은 뻔하다. 이 뻔한 답이 어처구니 없게도 틀어져 버렸다.

▲최근 수원∼인천국제공항을 운행하는 공항버스보다 최대 4천600원이 싼 버스노선인가 신청을 경기도에 한 업체가 두달여 만에 이를 취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여객 사장이 남경필 경기지사 동생이란 이유다.

 

노선인가 신청을 내자마자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은 노선변경 특혜 논란을 제기하며 편파적 봐주기 행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도 법무담당관이나 법제처에 질의도 하지 않은 채 신청을 받아 중앙정부 판단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일견 친인척과 관련돼 있으니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일단 싼 버스요금을 갈구하는 수원ㆍ용인 시민들의 바램을 지역정치인들이 외면해서다. 더불어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란 식의 사고도 엿보인다. 이 업체는 남 지사의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로 이미 수십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남지사가 당선되기 전부터 이런 싼 노선에 대한 연구를 해 왔고 단지 신청 시기가 당선된 시점과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이왕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봤다면 17년간 독과점을 인정하고 있는 폐단에 대해서도 잣대를 들이댔어야 했다.

▲남지사의 동생은 수원시민이 싼 가격에 공항에 가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정당한 절차대로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형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 정치적 부담을 받는 것 같아 취하를 결정했다고 한다. 지나친 정치적 비약으로 수원시민이 부담을 덜 기회들 잃어 아쉬움이 많다. 입장을 번복한 수원시나 경기도 모두 이번엔 그렇다 치고 다음엔 어떤 업체가 됐든 정치적 눈치보다 주민 눈치를 먼저 보아야 한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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