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운동선수와 추석연휴

“추석 전날 오후부터 추석날 오전까지 하루는 쉬게 해야죠.”

모처럼 긴 연휴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과 가족을 찾아 즐거운 한 때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안정적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아무리 긴 법정 휴일이라도 쉴 수가 없다.

큰 대회를 앞둔 선수들일수록 긴 연휴는 더욱 ‘그림의 떡’이다. 몇일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만난 경기도내 모 시청 직장운동부의 한 지도자는 ‘몇일간 쉬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추석 전날 오전 운동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단 하루의 짧은 휴가를 주고, 추석 당일 오후에 다시 소집돼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동이 직업이고 미래인 엘리트 선수들에게 있어서 추석 연휴가 갖는 의미는 그리 크지가 않다. 매년 추석이 전국체전을 불과 한달 남짓 남겨두고 찾아오기 때문에 개인의 명예와 고장의 영예를 위해 체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잠시도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기량을 다져온 선수들에게 자칫 2~3일의 휴식이 심신의 안정을 주기는커녕, 기름진 명절음식으로 컨디션을 망가뜨려 회복에 휴식 기간보다 몇 배 이상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가 있다. 특히, 남자 선수들에 비해 짧은 휴식으로도 피하지방이 늘어나는 여자 선수들의 긴 휴식은 ‘독(毒)’이 돼 돌아올 확률이 높아 지도자들은 연휴기간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휴가를 주곤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오는 19일 개막하는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5일간의 추석 황금연휴 기간에도 휴식없이 태릉과 진천선수촌 등에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막바지 담금질 훈련을 이어갔다. 개인의 영광은 물론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는 운동선수들은 명절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할 시간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몸은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닌 고장과 국가의 것으로 맡은 소임(메달 획득)을 이루기 위해 훈련하고 또 훈련하는 것이다. 몇일 뒤면 아시안게임의 뜨거운 열기와 감동이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게 된다. 스포츠 스타들이 연출하는 그 감동의 이면에 추석 연휴도 마음놓고 쉴수 없었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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