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사회복지법인 향림원. 60여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지금 법인 이사장 일가에 대한 각종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보조금과 후원금을 횡령하고, 법인 수익금마저 이사장 아들인 김모 법인국장에게 들어갔다는 주장까지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인권 침해’이다. 한 거주장애여성이 인권지킴이단 회의에서 “여성 생활팀장이 주요 부위를 발로 꼬집고, 비비고, 아프다고 호소해도 계속 하다가 울음을 터트리면 그때서야 멈췄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향림원에서는 ‘여성과 여성’간에 일어난 ‘심한 장난’으로 생각하고 서로 화해해서 내부적으로 ‘잘’ 마무리했단다.
▶이성이 아닌 동성간에는 성추행 문제가 적용되지 않는 걸까. 상황을 군대로 옮겨보자. 얼마 전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 남모 병장이 후임병을 성추행하는 등 가혹행위에 대해 군 법원은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다. 형량과 관계 없이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동성간 성추행을 했다고 문제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이를 군에서 은폐하려고 시도했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하물며 거주 장애인과 비 장애인 교사의 사이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군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장애인들은 사회적 약자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강자인 교사가 성추행을 했다면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진상규명에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향림원은 자체 인권지킴이단에서 제기된 문제를 당사자간 화해 했다는 이유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남 병장이 후임병과 합의를 했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향림원은 거주 장애인들을 상대로 설득이라는 명목의 회유와 협박까지 해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향림원에서 자라온 거주인들에게 이곳을 떠나라는 말은 곧 지구를 떠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는 모두 일가족이 장악한 향림원의 폐쇄성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든 말일 터. GOP 총기난사, 윤 일병 사망, 남 병장 성추행 등 일련의 사건 모두 군대의 폐쇄성과 비뚤어진 위계질서에서 기인했다. 향림원 문제가 군에서 일어났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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