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감사 릴레이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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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할 것이 많아 감사한 것은 우리가 입을 옷이 많다는 것과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겆이 할 것에 감사한 것은 우리가 그릇을 채울 수 있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내 직업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에 감사한 것은 내게 일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지인이 ‘감사 릴레이’의 일환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요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평범한 사람들의 감사 릴레이가 조용히 퍼져 나가고 있다. 유명 인사나 스타들의 시끌벅적한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수그러든 지난달 말부터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24시간 내에 SNS에 올리거나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기부를 하고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사회적 이목을 끌지는 않는다. 감사 릴레이 참가자들은, 그래서 부담없이 릴레이에 동참할 수 있고 마음에 더 와닿는다고 한다.

감사 릴레이는 한 기독교 단체가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본떠 감사ㆍ사랑 등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맨 처음 시작한 이가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크리스천들의 ‘감사 기도’가 많았지만 차츰 종교와 관계없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고 있다.

감사 릴레이는 ‘3일 동안 하루에 3가지씩 감사한 일을 SNS나 개인 블로그에 적어 올리고 3명을 다음 참가자로 지목하는 것’이다. 지목받은 사람들은 처음엔 당황스러워 하기도 하지만 소소한 일상, 주변, 부모, 가족, 이웃, 나 자신 등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한다.

감사 릴레이는 소박하게 오늘 하루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관계와 일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이가 많아진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감사 나눔이 더 번지는 듯하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만 해도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이 늘어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주변에 긍정적인 기분의 사람이 많아지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전염 효과도 생긴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 치이다보면 불평 불만이 늘게 마련이지만, 잠시 여유를 갖고 생각해보면 감사한 일이 너무도 많다. 감사하다 생각하면, 일상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이 새삼 명언으로 와닿는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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