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곤충식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기자페이지

영화 ‘설국열차’에는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이 나온다. 열차 칸 하층민이 먹는 단백질 보충제가 바로 바퀴벌레를 재료로 한 양갱이다. 바퀴벌레 양갱을 끼니로 먹던 ‘설국열차’의 묘사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실제 메뚜기, 애벌레, 딱정벌레, 장수풍뎅이 등 각종 곤충을 주 재료로 한 식품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레스토랑에선 쇠고기 대신 귀뚜라미를 재료로 한 ‘귀뚜라미 버거’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루 100개씩 팔리는 이 버거는 쇠고기 패티 대신 건조 귀뚜라미를 튀겨 빵 사이에 끼우고 야채 치즈와 마요네스 등 소스를 뿌려 만든다. 독일에선 옥수수 조명나방과 누에 등을 재료로 곤충 통조림을 생산하고 있고, 프랑스 파리 식당가에선 개미와 번데기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량 위기 속 곤충이 미래 대체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곤충 7종을 식용으로 지정하는 등 곤충산업에 적극적이다. 메뚜기와 번데기, 백강잠 등 3가지를 식용으로 지정한데 이어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등 3가지 곤충의 애벌레와 귀뚜라미 성충을 식용목록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곤충들은 2016년이면 합법적으로 식탁에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가 식용 곤충 개발에 적극 나선 것은, 곤충마저 수입해서 먹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곤충의 가치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우리 농촌도 곤충을 키우는 농가가 늘어났다. 올해 곤충시장 규모가 1천500억원 정도, 내년이면 3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곤충은 지상 최대의 생물군이다. 지구상 동물의 70%를 차지하고, 종류만도 100만종에 이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4년 현재 지구상에서 20억명 이상이 식사의 일부로 곤충을 먹는 것으로 추산했다. FAO는 지난해 “곤충은 인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1천900종을 식용 범위에 넣었다.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90억에 달해 현재의 2배 정도 식량이 필요하다며 곤충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곤충은 단백질뿐 아니라 칼슘, 비타민, 철, 아연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곡물과 육류 생산을 위한 경작지와 목초지는 자연을 훼손하지만 곤충을 기르는 과정은 친환경적이다. 인간과 다른 면역체계를 갖춰 전염병도 거의 없다. 곤충, 징그러운게 아니라 인류가 사랑해야할 존재가 돼가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