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지난달 29일 용인과 의정부시를 끝으로 올해 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경기지역 14개 지자체 금고와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농협의 ‘독주’, ‘싹쓸이’라는 표현으로 가치를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 어느 지자체장이 명성만 있고 내실이 없는 조직에게 자신의 ‘곳간’을 함부로 맡기겠는가. 농협이 주는 ‘100% 국내 자본’이라는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그동안 구축한 인프라와, 가장 중요한 고객(지자체)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없었다면 이 같은 쾌거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그동안 금고를 도맡아 운영했으니 이번에도 문제 없을 거야’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으로 재계약 문제에 접근했다면 적어도 14곳 중 몇군데는 아니 절반 이상은 국내 굴지의 은행들에게 금고를 내주지 않았을까. 학창 시절 ‘전교 1등’이 자리를 수성하거나 스포츠 경기에서도 ‘1위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그 자리에 도전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4일 폐막한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75㎏급에서 금메달을 따내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한 김현우 선수는 “나보다 땀을 더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는 그만큼의 땀과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후발 주자에게 언제든지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농협도 이를 잘 인지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고 만족한다면 차기, 차차기에도 일선 시ㆍ군의 금고를 수성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이번 금고 재계약 과정에서 농협의 모토인 ‘같이의 가치’가 통했다면, 앞으로는 그 ‘같이’가 지역과 상생하는 맞춤형 ‘가치’로 변화돼야만 할 것이다. 혹자들도 농협이 만든 지금의 성과에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없다. 그들이 그동안 흘린 노력과 땀에 한번쯤은 박수를 쳐주는 것은 어떨지. 그것은 바로 ‘신뢰’라는 나무에서 열린 달콤한 ‘열매’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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